[CEO를 위한 미술산책] 죽은 상어가 130억원…주제·기법 참신해야 투자 가치 높아

정석범 문화전문기자의 CEO를 위한 미술산책
(47) 현대미술품 투자 요령
지난 3월27~30일 파리국제아트페어(FIAC) 기간 중 그랑팔레미술관 앞에 설치된 중국 현대미술가 류보린의 대형 조각 ‘철권’. 파리EPA연합뉴스
현대미술품 중에는 추한 작품이 많다. 추함은 물론 혐오스러운 작품도 많다. 영국 작가 마크 퀸은 자신의 혈액 5L를 얼려 자신의 얼굴상을 만들었다. 이 엽기적인 작품 구매자는 런던의 국립초상화갤러리로, 30만파운드(약 6억1000만원)의 대금을 치렀다. 역시 영국 작가로 생존 작가 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데미안 허스트는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처리해 유리관에 넣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라는 작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브 코헨이 1200만달러(약 130억원)에 구입했다.

일반 컬렉터로선 작가들이 왜 이런 혐오스러운 작품을 만들었는지, 또 사람들은 왜 끔찍한 작품을 거액을 들여 구입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작품은 집에 보관하기가 께름칙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가격을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술관에서 매입하거나 개인이 투자 목적으로 사들여 특수 설비를 갖춘 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비싸서 그렇지 일반적으로 이런 작품이 투자가치는 훨씬 높다. 기성 가치를 전복하는 센세이셔널한 작품들은 보통의 예술가가 꿈꾸지도 못한 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로운 제작 방법일 수도, 새로운 가치일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간과한 부분을 일깨움으로써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물론 개중에는 교묘하게 상업적 의도를 버무려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영국의 큰손 컬렉터이자 사치갤러리 대표인 찰스 사치는 충격적이고 과격한 작품을 선호하고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인물로 잘 알려졌다. 그중에는 참신한 시도로 관심을 끄는 작가도 있지만 선정성과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대중의 혐오감을 자극하는 작품도 많다. 1997년 사치의 컬렉션으로 꾸린 특별전 ‘센세이션’은 온갖 금기의 경연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는 사치가 작품을 구입하거나 후원하는 작가는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젊은 작가들은 그의 눈에 띄려고 온갖 충격적인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나 때때로 사치는 ‘작가 죽이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가들을 후원한 뒤 작품을 싸게 사들여 이름값이 올라가면 미련 없이 경매 처분해 버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작가의 경매가는 지나치게 높고 실거래 가격은 그보다 낮게 형성돼 작가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 사치는 “나는 미술을 사랑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은 없다”며 이런 자신의 태도를 정당화한다.

물론 작가의 브랜드 가치도 아름답지 못한 미술품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한번 브랜드 가치가 형성된 작가 작품에는 대기 수요가 몰리고 작품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결국 이런 ‘아름답지 못한’ 작품들은 일반인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트펀드에 투자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아트펀드는 2000년대 중반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일했던 사람 혹은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조직돼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아트펀드 수익률은 기껏해야 10% 정도다. 일부를 제외하곤 주식 투자에 못 미치는 수익률에 만족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2006~2007년 금융권과 몇몇 화랑에 의해 3년 만기 아트펀드가 출시됐지만 대부분 실패의 쓴맛을 봤다. 갑작스러운 미술시장 붕괴로 구매 작품이 폭락해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경기가 호전되면 일정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안정적 투자수단이 될 수도 있다.일반인이 현대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 먼저 작품의 미술사적 중요성에 주목하라. 새로운 기법과 재료, 참신한 주제 접근 방식은 작품 가치를 높여준다. 이론적인 공부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둘째로 대가, 중견 작가보다는 신인에 주목하는 게 좋다. 대가나 기성작가는 오를 만큼 오른 경우가 많고 투자비용도 많이 든다. 상승 여력이 큰 유망 신인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 셋째, 고가 작품보다는 중저가 작품에 분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1억원 짜리 한 점보다는 1000만원짜리 10점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확률이 높다. 딜러 등 현장 전문가와 미술 전문 사이트를 통한 정보수집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현대미술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시장 동향 파악 노력이 필수다. 이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그로부터 얻게 되는 심리적 즐거움은 투자 수익을 능가한다. 이 얼마나 꿩 먹고 알 먹는 투자인가.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