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못 보는 것 관찰…새로운 것 창조해야 1등 기업 만든다"

한국의 경영자賞 3人…기업가 정신 토론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시스템 갖추고 인재확보…지속성장 기틀 만들어야

구자용 E1 회장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게 기업가 정신의 본질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창조와 윤리·비전이 기업가 가장 중요한 덕목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구자용 E1 회장,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이 2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국능률협회 선정 제46회 한국의 경영자상을 받은 후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리더십’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기업가 정신’을 한마디로 규정하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을 말하지만, 시대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가 바뀔 수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기업 E1의 구자용 회장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동력으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은 “창조와 윤리, 비전이 기업가 정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제46회 한국의 경영자상’(한국능률협회 선정) 수상자인 이들은 23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시상식 직후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리더십’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혁신 전도사’인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이 사회를 맡았다.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권오현 부회장은 “생존이야말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첫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결과 또는 과정으로 기업가를 평가하는데, 결과나 과정이 있으려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스템을 갖추고 인재를 확보해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대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것보다 다음 세대에도 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라고 규정했다.

권 부회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으로 ‘어떤 환경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다양성’을 제시했다. 그는 “위기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리더는 평소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는 인간을 행복하게 해야”구자용 회장은 2012년 별세한 아버지 구평회 E1 명예회장을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꼽았다. 그는 “선친은 줄곧 ‘기업은 도전정신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기업가 정신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가르침도 선친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이고 이윤이 있어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최근 발생하는 사고들을 보면 사람을 존중하지 않다가 문제가 커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십으로 구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조직원보다 위기를 먼저 알 수 있기 때문에 위기의 성격과 대비책을 조금이라도 먼저 간파해 서둘러 알려야 한다”며 “위기 때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에 조직원을 훈련시키는 것도 리더의 임무”라고 말했다.○“대리점도 비전을 공유하게 하라”

김효준 사장은 기업가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창조와 윤리, 비전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남이 보지 못하는 걸 세밀하게 관찰하고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가가 1등 기업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이 어떤 가치를 창조하든지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며 “보편적인 상식 수준에서 윤리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조직의 비전을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업이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제시하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2000년 BMW그룹의 전 세계 지사 가운데 첫 현지인 사장이자 아시아인 최초 임원으로 임명됐다. 당시 독일 본사에서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묻자 김 사장은 “사장 인사 고과에 딜러의 수익성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야만 딜러들이 BMW그룹의 비전을 공유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당시 독일 본사는 김 사장의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지사장에도 똑같은 인사 기준을 적용했다고 그는 전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