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은 '조기 퇴근'…"내가 가겠다" 세종시 공무원들, 경쟁 후끈

세종청사 요즘…
“출장 다녀오겠습니다.”(사무관급 공무원) “아니야, 내가 갈게.”(과장급 공무원)

서울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 사이에 최근 생겨난 신풍속도다. 중앙부처 출신의 정부 유관기관 관계자는 25일 “가족이 모두 세종시로 이사한 공무원과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은 출장에 대한 생각부터가 다르다”며 “출퇴근족에게 서울 출장은 곧 ‘조기 퇴근’이며, 특히 목·금요일 오후 출장은 서로 가려고 애쓰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세종청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새벽에 출근해 저녁까지 근무하고 서울 집으로 퇴근하면 밤 10시를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오후에 서울로 출장을 오면 회의 또는 업무 종료와 함께 곧바로 ‘칼퇴근’이 가능하다. 게다가 금요일 출장이 잡히면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서울에서 보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예전에는 사무관이 참석하던 회의 출장을 과장급이 가고, 과장급 회의는 국장이 참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세종청사의 한 사무관은 “금요일에는 국장급 3분의 1 이상이 출장 중”이라며 “장·차관의 서울 일정에 따라 수행 또는 보고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출장 일정을 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전엔 사무실에서 “출장 다녀오겠습니다”는 ‘보고성’ 멘트가 많이 들렸는데, 이제는 “나 출장간다”는 ‘통보성’ 멘트가 많아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회의 시간도 바뀌었다. 한 서기관은 “예전 과천청사 시절에는 서울에서 모여 회의하는 시간이 주로 오후 2시였는데 요즘은 오후 3~4시에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세종시에서 서울까지 이동시간을 고려해 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출장 업무가 오후 3시 이전에 끝나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근무 규정’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