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급 높은 눈으로 고민하고, 도전적 목표를 세워라"

서강대·한경 'CEO특강'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성공은 물론이고 행복도 얻어
화학은 경제 이끌 '핵심동력'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과장으로 승진하자 상사가 소감을 물어보더군요. 잠깐 생각하고선 ‘부장의 눈으로 보고 일을 하겠다’고 답했어요. 내가 생각해도 썩 괜찮은 말인 것 같아 그 뒤로 후배들에게도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29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K관 202호 강의실. 서강대 경영대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마련한 ‘CEO(최고경영자) 특강’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이 강사로 나섰다.박 부회장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위치보다 한 직급 높은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하면 역량이 크게 향상된다”며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2008년 동양인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서열 3위인 국장보에 오른 신재원 박사가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one size bigger hat(한 치수 큰 모자)’을 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내가 과장 시절에 했던 말과 같은 뜻인데, 신 박사는 훨씬 멋진 영어표현을 썼다”며 웃었다.

박 부회장은 학생들에게 사회에 진출하면 어렵고 힘든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엔지니어로 LG화학 여수공장에 내려가 15년 이상 현장에서 업무를 익혔다. 그는 “만년 적자를 내던 특수수지사업부장으로 발령이 났는데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며 “3년 동안 이를 악물고 일했더니 계획보다 빨리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목표했던 이익을 냈다”고 회고했다.

화학산업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흰 종이 위에 작은 별이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면서 “별을 보이게 해주는 하얀 종이 바탕이 바로 화학의 역할”이라며 “화학산업은 모든 산업의 바탕과 근간이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여러분이 매일 이용하는 자동차에도 수많은 화학 부품이 들어 있다”며 “언론을 통해 자주 들었겠지만 앞으로 화학을 비롯한 소재산업이 경제를 이끌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박 부회장은 “내 경영 사전엔 고객과 인재, 딱 두 사람만 있다”며 “좋은 인재를 찾기 위해 한국 대학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으로 매년 직접 찾아가 입사를 권유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공 분야의 실력과 창의성 외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피카소와 고흐는 모두 천재 화가였지만 피카소는 삶을 밝게 바라보고 장수하며 세계적인 명성까지 얻은 데 반해 고흐는 평생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불행하게 삶을 마감했다”며 “자신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성공적인 결과는 물론이고 개인의 행복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