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린 우주를 밑거름으로 만들어진 생명"

저자 인터뷰 '초신성의 후예' 펴낸 이석영 교수
“공부를 하면서 이 지구에 생명권을 만들기 위해 전 우주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간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미한 존재 하나를 위해 전 우주가 필요했을 만큼 우린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석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10년 동안 논문 피인용 횟수가 세계 상위 1%에 드는 한국 과학자 열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 생활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공대 선임 연구원,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냈다. 최근 방송 강연 등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에세이집 《초신성의 후예》(사이언스북스 펴냄)를 냈다. 천문학자가 쓴 에세이지만 과학보다 인문학이나 철학에 가까운 글이 많다.
우리는 왜 초신성의 후예인가. 이 교수는 “초신성이 자기가 만든 원소들을 우주에 나눠 주지 않는다면 젊은 별은 초기 우주가 만든 단순한 원소 외엔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대부분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친 어느 거대한 별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한 별의 흔적을 공유한 셈이란 말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이력을 지녔지만 이 교수는 동료보다 학습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 문득 “하늘은 왜 파란지, 노을 진 석양은 왜 붉은지를 곰곰이 고민하다 세상 모든 것이 과학 원리와 연결됐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 흥미가 생겼다”고 고백한다.그는 촉망받는 과학자면서도 “가끔 천문학을 천‘문학’이라 강조해 부른다”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문학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인문학이란 인간답게 사는 사회가 어떤 것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사회가 속도에만 집착하면서 많은 가치를 놓쳤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긴 시간과 광대한 공간을 다루기 때문에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 천문학자”라며 “눈에 보이는 한계 너머까지 생각하면 우리 삶도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40쪽·1만3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