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심한 '세월호 대응책'…L-A-S-T를 알고 지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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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의견 안듣고 정부가 말하고 싶은 것만
통로나 절차없이 일방적 전달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뉴스의 중심에 있다. 탑승객 일부가 실종된 채 수습이 마무리가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민적 충격과 분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점차 드러나는 사고 발생의 배경도 충격적이지만 사고 후 관계기관에서 보여준 모습들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사고 직후 인명구조 시간의 허비, 집계마저도 엉망인 기관 간의 공조 부실, 구조활동보다는 책임 축소 혹은 은폐에만 몰두, 실상과 다른 상황의 일방적인 언론 발표와 고위 공직자 일부의 분별없는 말과 행동, 최고권력자 눈치만 살피고 정작 배려해야 할 피해자 가족은 내팽개친 권위적인 행동, 그럼에도 최고책임자는 책임에서 비켜서 있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관계자들이 보여준 총체적인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이 국민들의 기대와 너무 달랐다.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국민은 주장할 권리가 있다. 생명과 관련한 안전 문제는 가장 근본적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다. 국민이 정부의 고객인 것이다. 그런데 기대했던 수준의 서비스를 정부는 제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이 최초의 당사자로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지극히 당연한 권리였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적 공분을 초래했다.

기업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고객이 우리가 제공한 재화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 경우 고객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사고 처리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기대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듣는(Listen)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 기대와 다른지, 왜 그런지, 무엇을 원하는지 일단은 충분히 들어야 한다. 이번 사고 발생 후에도 정부가 저지른 가장 커다란 첫 번째 실책은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이다. 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과 권위를 앞세워 자중을 강요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족들에게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교만을 부렸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그리고 그 상황을 알게 된 국민이 가장 분개하는 부분이다.두 번째는 사과(Apologize)다. 기대한 서비스에 대한 만족 여부의 판단은 고객의 몫이다. 제공하는 기업이 하는 것이 아니다. 설혹 고객의 이의제기에 억울함이 있어도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과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참사 후 정부는 사과의 타이밍을 놓쳤다.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사고에서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는 책임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세 번째는 만족(Satisfy)을 주는 조처를 빨리 취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하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가치를 제공할 경우 서비스 회복만으로는 애초 기대 수준의 100%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먼저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참사에서 국가는 만족의 시동을 너무 늦게 걸었다. 처음부터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가족은 신속한 구조활동과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실행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실행으로 보여주는 만족의 시간을 놓쳐 버린 것이다.

마지막은 말하기(Tell)다. 만족의 조처를 실행하고, 그 실행의 과정과 결과가 어떠한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공유의 대상은 사실만으로, 듣는 사람의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알고 싶어하는 사실을 말한다. 과장이나 허위가 존재하면 안된다. 이번 사고에서 정부는 이 역시 실패했다. 사실이 아닌 정부가 말하고 싶은 것만 가공, 통로나 절차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세월호 사고 후 정부는 L-A-S-T를 하지 않았다. 가장 나중에 해야 할 Tell을 가장 먼저 했다. 순서가 바뀌었다. 아까운 생명은 더 많이 희생되었고,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 쌓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사회 전체를 개조한다고 또 ‘Tell’을 먼저 하고 있다. 개조만이라도 L-A-S-T를 지켰으면 좋겠다. 정부를 보면서 우리 기업은 어떤 절차로 서비스 회복을 하는지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