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와 함께…', 서커스쇼 같은 '엽기 코미디'

연극 리뷰
서울 혜화동 파출소 골목에 자리 잡은 소극장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곳이다. 들어설 때마다 젊은 연극인들의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새로운 연극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지난 28일 막이 오른 연극 ‘마리아와 함께 아아아아아(Screaming with Maria)’는 이런 바람을 차고도 넘치게 충족시킬 만큼 독특하고 참신한 작품이다. 극의 시작과 끝은 ‘아아아아아’다. 시작은 연인 사이인 마리아와 제랄드가 사랑을 확인하고 즐기는 행위로서 마주 보며 소리치는 외침이다. 시각 장애인인 제랄드는 돌고래처럼 튕겨나오는 소리의 이미지를 가지고 연인의 얼굴을 어렴풋이 인식한다. 끝은 마리아가 제랄드를 비롯해 괴물처럼 변한 사람들의 모습에 경악해 지르는 비명이다.극은 상대적인 결핍감을 안고 사는 인간들이 과도한 욕망과 집착으로 인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설정과 우화적인 상상력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서커스쇼 형식을 띤 ‘엽기 코미디’다. 약혼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은 제랄드, 아무도 해내지 못한 수술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외과의사, 보다 똑똑해지고 싶은 간호사 등이 얽히고설키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서커스단장 트롬바디의 진행으로 서커스쇼 장면처럼 펼쳐진다. 극은 현대사회의 한 단면인 끔찍하고 답답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엔 마리아와 함께 ‘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고 싶게 만든다.

연출가 이곤이 2010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연극 예술 석사과정을 밟을 때 동기생인 극작가 존 더글러스 와이드너와 함께 ‘학교 공연’으로 올린 작품이다. 한정된 제작 예산으로 무대와 세트, 조명, 음향, 영상 등이 덜 갖춰진 ‘중간 단계 공연’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의 미완성된 연극을 보는 재미와 즐거움도 쏠쏠하다. 공연은 내달 1일까지, 1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