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 한식당 석파랑, '대원군 비밀의 정원'서 궁중 만찬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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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Style
석파정 부속건물인 별장을 개조
순정효황후의 옥인동 생가 옮겨와
고종황제 기념비전 '만세문'도 전시
어만두·신선로·너비아니 등 옛 맛 재현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호인 ‘석파(石坡 )’에서 이름을 따온 석파랑은 그의 별장을 한정식집으로 꾸민 곳이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30757.1.jpg)
![](https://img.hankyung.com/photo/201405/AA.8729841.1.jpg)
석파랑을 즐겨 찾는 이들은 이곳이 ‘작은 문화재 박물관’ 같다고 말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대원군 별장에는 그가 난초를 칠 때만 사용했다는 대청방과 손님 접대용 건넌방이 재현돼 있다.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별채는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황제의 계비인 순정효황후 윤씨의 옥인동 생가를 옮겨온 것이다. 조선 말 왕궁을 짓기 위해 중국 톈진에서 들여온 호벽이 보존돼 있다.
1897년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고종의 황제 즉위를 기념해 경복궁 안에 세워졌던 ‘만세문’도 볼 수 있다. 암수 학 한 쌍이 불로초를 입에 물고 구름 위를 나는 형상을 새긴 만세문은 만사형통과 무병장수를 상징한다. “상견례나 가족모임차 오시는 분들은 이 문을 통과하며 서로의 성공과 건강, 사랑을 기원하곤 하지요.”(김주원 대표)90개 좌석에 널찍한 별장까지 갖춘 석파랑은 상견례나 돌잔치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유명 금융회사, 로펌, 외국계 컨설팅회사 등의 단체 모임도 자주 열린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호소카와 모리히로 등 전 일본 총리들은 한국에 올 때면 석파랑을 찾았다. 장한나, 박찬호, 하인스 워드 등 문화·체육계 인사들도 이곳을 다녀갔다. 청와대와 가까워 유력 정치인들의 방문 또한 잦다.
식사 도중 접시나 종지를 들어 밑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인간문화재’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뿐 아니라 자그마한 식기에 이르기까지 공을 들이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