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셰익스피어·원스·펍…더블린 거리서 마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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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 예술기행1882년 더블린에서 태어난 제임스 조이스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금자탑을 이룩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20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조이스를 빼놓고 20세기 문학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의식의 흐름’이나 ‘현현(顯現: epiphany)’ 같은 말들은 조이스를 통해 문학용어 사전에 새로 등재되기도 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은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가 탄생한 곳으로, 도시 곳곳에 조이스의 흔적과 소설 속 주인공 블룸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조이스의 '율리시스' 탄생 도시
저녁이면 통기타 연주 흘러나와
템폴바 거리에서 기네스 '한 잔'

조이스의 흔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더블린 시내에서 남쪽 해안 쪽으로 약 13㎞ 떨어진 ‘제임스 조이스 센터’다. 조이스의 서한과 사진, 작품 초판본과 희귀본, 개인 집기, 소설 ‘율리시스’와 연관된 전시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 가까운 곳에 ‘더블린 작가 박물관’도 있다. 조이스 이외에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버나드 쇼, 자신이 천재인 것 말고는 신고할 게 없다고 한 오스카 와일드,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대의 부조리극을 쓴 새뮤얼 베케트,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시머스 히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서면 더블린이 왜 ‘유럽 문화의 수도, 세계 문학의 심장’으로 군림하는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조이스 마니아라면 ‘데비 번스(Davy Byrnes)’도 빼놓을 수 없다. 듀크가 21번지에 있는 이 펍(pub)은 블룸이 소설 속에서 점심을 들었던 곳으로 건너편에 있는 베일리 식당과 함께 조이스가 실제로도 즐겨 찾았던 곳이다. ‘율리시스’ 때문에 장사가 잘돼 돈을 번 주인은 사례의 뜻으로 ‘데비 번스 아일랜드 창작상’을 제정한 후 매년 2만유로의 상금을 지원, 유능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템플 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이스의 또 다른 단골 술집이었던 스태그스 헤드(Stag’s Head)도 있다.

아일랜드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술이 기네스다. 더블린 북쪽에 있는 기네스 맥주 양조장에서 기네스의 역사 및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 둘러본 뒤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바에서 기네스 맥주를 시음하거나, 다양한 종류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선물용품점도 둘러볼 수 있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