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입력
수정
지면E6
쿠시로 습지 두루미 보고렌터카를 타고 홋카이도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마슈호수 안개에 매혹 당하고
시레토코 바람과 함께 느리게 걷기
아칸호수 광활함에 눈이 부시다
홋카이도 익스프레스웨이 패스 HEP…2일 3600엔,5일 6700엔 자유이용
유명한 관광지보다 이름 없는 풀들이 피어있는 대지가 더 아름다웠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머물 수 있어서 좋았다. 렌터카를 타고 둘러본 4박5일 홋카이도 여행은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고가산책로](https://img.hankyung.com/photo/201406/AA.8724022.1.jpg)
![쿠시로 습지를 볼 수 있는 노롯코 관광열차.](https://img.hankyung.com/photo/201406/AA.8724028.1.jpg)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차를 몰고 홋카이도의 동쪽 끝이자 대지의 끝으로 불리는 시레토코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시레토코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그중에서 호수 5개를 보는 트레킹 코스의 인기가 가장 높다. 호수 주변에는 홋카이도의 대표 동물인 불곰이 살고 있다. 홋카이도 전역에 600마리 정도 있는 불곰은 호수 주변에 6~7마리가 살고 있지만 5월이 발정기여서 곰과 마주치면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투어 인솔자는 곰을 만나면 절대 동요하지 말고,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서 도망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반반씩 섞인 채 조심스럽게 트레킹 코스에 오르니 곰이 올라간 나무와 이동로가 보였다. 인솔자인 시레마쓰는 곰이 나무에 살고 있는 벌레를 좋아해 거대한 앞발로 나무 속을 파고 벌레를 잡아 먹는다고 설명했다. 시레토코 5호에는 곰과 사슴 등의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아한 풍광을 지닌 호수가 자리 잡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호수는 산에 둘러싸인 채 고요한 미소를 흘려 보냈다.스스로 빛나는 자연, 아칸호수
홋카이도 자연 여행의 끝은 아칸호수다. 시레토코 아래 쿠시로 시에 있는 아칸호수는 오아칸 산이 분화해 만들어진 것으로 둘레 30㎞, 최대 수심 45m에 이른다. 거대한 호수는 바다처럼 광대하다. 호수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보트를 타거나 낚시를 하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낸다.
아칸호수의 명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리모라는 작은 녹조다. 파래처럼 생긴 작은 녹조가 마치 둥근 공처럼 생겨서 ‘해조구’, 일본말로 마리모라고 불렀다고 한다. 콩자반처럼 작은 크기의 마리모는 1년에 5~10㎜씩 성장해 100~150년이 되면 야구공만해진다. 마리모는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처음 발견했다. 마리모에는 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아칸호 주변에 살던 아이누 족장의 딸이 자기 집의 하인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아이누족의 엄한 신분제로 인해 그 사랑은 이뤄질 수 없었다. 딸이 말을 듣지 않자 족장은 아칸호수에 투신했고, 이를 전해 들은 딸과 하인 청년 역시 호수에 몸을 던졌다. 이들의 영혼이 신기한 모양의 해조로 변했으니 이것이 ‘마리모’라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어려움을 이기고 소망을 이루라는 상징으로 마리모를 선물한다.
호수를 따라 어느덧 어둠이 몰려왔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하다. 별들은 호숫가에도 떨어지고 마음속에도 떨어져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주변 볼거리
삿포로에서 들러볼 만한 곳은 삿포로 맥주 박물관. 1869년 메이지 시대부터 시작된 기나긴 맥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했다. 시음도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만 파는 삿포로 가이타쿠시(개척사)맥주를 200엔에 시음할 수 있다. 맥주 티켓을 구입하면 플레인치즈나 크래커 같은 안주를 무료로 준다. 관람료 무료.
렌터카 여행 필수팁!
홋카이도는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지만 워낙 면적이 넓어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해외여행객들 사이에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보다 기름값이 저렴한 데다 (휘발유 1L당 기준 1600원 내외) 해외여행객을 위한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익스프레스웨이 패스HEP(Hokkaido Expressway Pass)라 불리는 고속도로 정액 요금제 상품을 이용하면 고속도로 이용료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의 하이패스처럼 정해진 기간만큼 자유롭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다. HEP을 구매하면 현금을 받는 구간이 아니라 자동으로 HEP를 읽는 ETC(Electronic Toll Collection System)를 통과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용 일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데 2일은 3600엔, 5일의 경우 6700엔이며 그 기간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국제공항이 있는 삿포로에서 130km 거리에 위치한 아사히카와까지 톨게이트 비용만 3000엔 이상인 것을 감안할 때 평균 40-50% 이상 저렴한 셈이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주요 렌터카의 홋카이도 각 지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여권 필수. HEP 한국어 안내 페이지(e-nexco.co.jp/news/hep/k/)를 참조하면 좀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에나프투어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상품
일본 전문 여행사 에나프투어(enaftour.co.kr)는 렌터카를 이용해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캠핑 휴양형 상품을 내놓았다. ‘삿포로 오타루 렌터카 3박4일’ 상품은 원켄빌리지와 오토캠핑장에서 묶으며 홋카이도의 풍성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오타루에 들러 오르골 박물관, 오타루 운하 등을 구경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 높은 니세코 사코탄 해안을 달려보는 것도 이색적인 체험이다. 삿포로 시내관광도 포함돼 있어 캠핑과 드라이브, 온천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상품이다. 64만9000원부터.
*취재협조: 일본관광청, 일본관광청 캠페인 사이트 (www.jrou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