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펀드…힘 받는 증시] 헤지펀드에 5개월새 1조…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뭉칫돈'

증시 회복 기대 '솔솔'
발목잡던 펀드 환매벽 2000선으로 높아져
코스닥 거래액도 급증

투자자 몰리는 상품은
헤지펀드 계좌수 50%↑…롱쇼트펀드도 인기
ELS에 月 1조~3조 유입
“올 하반기에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뚫을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대형 성장주펀드 등에 분할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

2~3년간 지지부진하던 증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신규 주식형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장기 가치주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들은 대형 성장주의 편입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다만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강세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금씩 나타나는 증시 회복신호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아온 ‘펀드 환매’ 구간이 코스피지수 2000선 이상으로 높아진 점을 고무적인 현상으로 꼽고 있다. 올초만 해도 코스피지수가 1990~1950 부근일 때 환매가 집중됐지만 지난달부터는 2000선 정도로 높아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0선을 넘었을 때 기준으로 주식형펀드 환매액은 2012년 하루 평균 1900억원, 작년 1500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억원 밑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신용공여 잔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용 잔액은 지난달 4조9000억원 선으로, 작년 12월(4조1000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개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시장의 거래액도 회복세다. 지난 4월 코스닥 거래액은 하루 평균 2조691억원으로, 11개월 만에 2조원대로 올라섰다.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 본부장은 “환매 가능성이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의 80~90%는 이미 환매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부유층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모펀드에 돈이 많이 몰리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하고 또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하반기엔 대표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에 자금몰이주식이나 주식형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중위험·중수익형 금융상품이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관측에서다.

대표적인 중위험 상품은 연 7~8%의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다. 국내 26개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2일 기준 2조8673억원으로, 작년 말(1조8521억원) 대비 1조원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다. 작년 말만 해도 1000억원 넘는 대형 헤지펀드가 5개에 불과했지만 5개월여 만에 11개로 늘어났다. 정진균 삼성증권 고객자산운용 담당 이사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서 헤지펀드의 개인고객 계좌 수가 연초 대비 30~50%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공모형 중에선 ‘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가 여전히 강세다. 연초 이후에만 917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지난 3월 출시된 새내기 펀드 ‘미래에셋 마트롱숏’에만 4843억원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소득공제 장기펀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등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형 상품도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소장펀드는 연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데도 올 3월17일 출시된 뒤 600억원 넘는 자금을 모았다. 4월 중순 선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한 달여 만에 1200억원을 돌파했다.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10%) 혜택이 부각된 게 주 요인이란 설명이다.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팀 부장은 “저금리 환경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위해선 주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증시 바닥?”… ELS에도 뭉칫돈

주식연계증권(ELS)에 부유층의 뭉칫돈이 몰리는 것도 강세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란 분석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30~5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약속된 수익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거나, 최소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 때 투자자들이 몰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유입액은 올 1~5월 8조448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달 꾸준히 1조~3조원의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코스피지수가 10거래일 이상 2000선 이상을 유지한 지난달에도 ELS 시장에 1조7619억원이 순유입됐다.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더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ELS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재길/송형석/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