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무용수들 콩쿠르에 목숨 거는 이유는

1, 2위만 병역혜택 '좁은 문'
박재근 한국발레재단(KBF) 이사장은 2일 오전부터 무용계 유명 인사로부터 10통 이상 문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서울 홍지동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제7회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 결과 때문이다.

KBF가 주최한 이 대회 남자 시니어 부문에서 한국의 박종석과 러시아의 콘스탄틴 크로코프가 공동으로 금상을 탔다. 정훈일·이재우·이승현이 은상, 박종희·이승용·이택영이 동상을 받았다.문제는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2위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생기며 발생했다. 병역법 시행령 제68조 11항에 따르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천 및 병무청의 확정을 거쳐 예술요원(공익근무요원)이 될 수 있다.

일부 수상자와 국내 무용계 인사들은 한국인 무용수만 등수를 가려 1·2등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최 측에서는 “내·외국인 모두를 통틀어 정한 1등과 2등에게 예술요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병역법 시행령에 보면 예술요원으로 추천하기 위해선 대회에 2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에 해당하는 사람 두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도 “이번 콩쿠르의 경우 금상 수상자 1명만 예술요원 자격요건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콩쿠르 입상자들이 병역특례 혜택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군 입대는 무용수의 무대 인생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평균 무대 수명이 30대 중반인 발레 무용수의 미래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사이에 결정되는데 그 시기에 입대하면 기량이 퇴보한다”며 “많은 남자 무용수들이 거액을 들여 해외 국제콩쿠르에 나가는 것은 이런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무용계에선 “국내 남자 무용수들의 최고 기량을 확인하고 싶으면 국제콩쿠르 결선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박 이사장도 “국제콩쿠르에 나가는 한국인 남자 무용수들은 정말 목숨 걸고 뛰는데, 열심히 춤추는 모습이 가슴 아플 정도”라고 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