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쉬는 날, 옆 동네 마트만 덕 봤다

휴일 의무 휴업으로 쉬면 인근 도시로 이용객 몰려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 적어…지자체, 평일로 전환 추진

경기 김포시는 현재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대형마트, 전통시장,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어 의무휴업일 변경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포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바꾸려는 것은 일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했더니 인근 지역만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포에 있는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자 김포 시민들이 고양 파주 등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주변 지역의 대형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이 주변 지역 대형마트에 반사이익을 주는 ‘풍선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이마트는 2일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점과 경기 하남점의 지난 4~5월 일요일 매출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분석 결과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 매출이 첫째주와 셋째주 일요일 매출보다 많게는 6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든파이브점의 경우 4월 넷째 일요일(27일) 매출은 1주일 전보다 59.4%, 5월 넷째 일요일(25일) 매출은 전주 일요일보다 53.4% 높았다.

이들 점포의 둘째·넷째 일요일 매출이 높게 나온 배경에는 의무휴업이 있다. 이마트 148개 점포 중 129개는 매달 둘째·넷째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든파이브점과 하남점 등 일부 점포는 일요일에 정상영업을 하고 매달 둘째·넷째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하지만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거나 지역상인 등과 합의가 되면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할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평소 이용하던 대형마트가 문을 닫자 주변 점포 중 정상영업을 하는 곳에 가서 쇼핑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든파이브점은 수서점, 하남점은 명일점 고객들이 건너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소비 ‘풍선 효과’가 나타나자 대형마트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 봤자 주변 지역에 소비자를 빼앗길 뿐 전통시장을 돕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형마트는 일반적으로 평일보다 일요일에 이용자가 많아 일요일 휴업을 하는 점포가 평일 휴업을 하는 점포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김병화 김포시 경제진흥과장은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니 파주 고양 등 주변 지역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시민이 많다”며 “휴일 휴업이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많아 의무휴업일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 외에 전국 14개 지자체가 일요일을 제외한 기타 요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정했다. 올 들어서는 울산 남구·중구, 경기 남양주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바꿨다. 울산 남구와 중구는 매달 둘째 수요일과 넷째 일요일, 남양주시는 둘째와 넷째 수요일이 의무휴업일이다. 경기 포천시, 충남 보령시, 강원 강릉시 등은 지난해 평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정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