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도서관 지어주는 관정재단, 상업시설 25년간 무상운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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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단측이 장학금 조성 위해 필요하다며 요청"
생협 "기부 감사하지만 학생식당 가격 인상 불가피"
서울대가 신축 중인 관정도서관(제2중앙도서관·조감도) 내 상업시설 운영권 문제로 시끄럽다. 대학 측이 운영권을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재단)에 25년간 무상으로 주기로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관정재단이 그동안 서울대 내 학생식당 등 상업시설을 운영해온 생활협동조합을 대신해 외부 식음료 업체를 유치하게 되면 생협 수익 감소에 따른 학생식당 식대 인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서울대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해 초 관정도서관 상업시설 무상 운영권을 관정재단에 주기로 약속했다. 앞서 2012년 6월 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90)은 관정재단을 통해 서울대에 제2중앙도서관을 짓는 데 필요한 600억원을 기부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재단 측에서 앞으로 장학금 기부를 지속하려면 도서관 내 상업시설 운영권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다만 관정재단이 도서관 상업시설 운영 수익 중 어느 정도를 기부할지는 논의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11월 완공되는 관정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7층에 연면적 2만7000㎡ 규모다. 관정재단은 관정도서관 내 상업시설(약 925㎡)에 푸드코트형 한식당,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이커리 카페 등을 들일 계획이다.

관정도서관의 외부 상업시설 유치가 학생식당의 식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대 생협은 관정도서관 내 외부 상업시설 유치가 생협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16일 열기로 했다. 생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선 관정도서관에 입점할 외부 업체를 심의하기 위해 이달 말 열리는 재산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생협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출자해 만든 비영리 협동조합으로 관악캠퍼스 내 식당 10여곳과 매점 15곳, 서점·문구점·기념품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생협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관정도서관 내 외부 상업시설 유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이 연간 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12억원)의 40%가 넘는다. 그렇지 않아도 학생식당 부문의 적자(지난해 9억원)를 다른 부문의 이익으로 충당해온 생협엔 큰 타격인 셈이다. 생협 측은 적자 보전을 위해 2005년 이후 동결된 학생식당 식대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 학생들은 법인화 이후 학교 측이 과도하게 외부 자금 유치에 나서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원 생협 학생이사는 “기부는 감사하지만 기부 조건을 좀 더 꼼꼼하게 따져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부자라고 하더라도 상업시설을 25년간 운영하겠다는 관정재단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