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 '공약 가계부' 與 191조 vs 野 118조…재원조달 방안은 '공란'

'페이고'로 나라곳간 지키자

대중교통 할인…노인요양시설 확충…
"검증기관 만들어 실현 가능성 따져야"
< 한 표 부탁 >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오른쪽 손)가 2일 경남 창원의 한 시장에서 유권자에게 명함을 전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의 손(왼쪽)에도 여러 장의 후보 명함이 쥐어져 있다. 연합뉴스
6·4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등 주요 지역마다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면서 후보들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각종 대규모 개발이나 선심성 무상 복지 공약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 사고 여파에 묻혀 충분한 재원조달 방안 등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공약이 수두룩하다. ‘포퓰리즘성’ 공약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역량과 중립성을 함께 갖춘 기관도 부족하다 보니 모든 판단이 개별 유권자에게만 맡겨져 있다.○장밋빛 개발 공약 난무

특히 대규모 지역 개발 공약이 봇물을 이뤘다. 인천시는 2012년 말 현재 부채가 13조916억원으로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가장 많다. 그럼에도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와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각각 24조6711억원과 9조8422억원을 공약 재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및 경인전철 지하화(8조8000억원), 루원시티 도시재생사업(2조8926억원), 복합리조트 개발(2조3000억원), 인천발 KTX(1538억원) 등 대규모 개발 공약을 냈다. 송 후보는 ‘누구나 집’ 5만호(6조8000억원), 신분당선 연장 및 남부광역급행철도(2조2600억원) 등을 제시했다. 송 후보는 원도심 개발과 영종도 복합리조트, 항공산업기지 조성 등의 공약도 내놨다.경기지사에 출마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는 2분마다 한 대씩 출발하는 ‘굿모닝버스’에 6513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으며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는 경기 순환철도 사업에 7조3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달콤한 무상 복지의 유혹

무상 복지를 약속한 후보들도 적지 않다. 박원순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2852억원을 들여 청년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10% 할인해 주겠다고 했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노인요양 시설을 50개 추가로 건립(사업비 1250억원)하겠다고 공약했다.남경필 후보는 아파트 단지 등에 커뮤니티 시설을 만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데 305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으며 김진표 후보도 1200억원을 투입해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 아닌 빈곤층에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정복 후보는 고용복지센터나 보훈 병원, 장애인시설 등 각종 의료·복지시설을 짓는 데 1390억원을 쓸 계획이고 송영길 후보는 뉴타운 매몰비용을 보전하는 데 1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경수 새정치연합 경남지사 후보는 취학 전 아동 의료비 전액 지원,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등을 공약했다.○제대로 된 검증기관 전무

이 같은 공약을 제대로 검증할 만한 기관은 거의 없다. 시민단체인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각 후보들로부터 공약과 재원조달 방안 등을 제출받아 일반에 공개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다. 그나마 법적으로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아예 소요 재원 규모조차 공개하지 않은 후보가 적지 않다.

실제 새누리당의 윤진식(충북) 김기현(울산) 유한식(세종) 최흥집(강원) 이정재(광주) 이중효(전남) 박철곤(전북) 후보와 새정치연합의 김경수(경남) 오중기(경북) 이춘희(세종) 후보 등이 자신의 공약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근거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에 출마한 각 후보들이 ‘페이고 공약’을 제시하게 하려면 사전에 중립적인 기관을 통해 공약을 1차적으로 검증하게 하는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