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상장사, 자사주 팔아 실탄 '확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사들이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자사주를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광그룹계열 광고대행사 휘닉스홀딩스는 전날 보유 중인 자사주를 전량(128만470주, 10.78%) 처분키로 결정했다. 오는 9월2일까지 장외처분을 통해 44억6800만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통물량 증대를 통한 거래 활성화 및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다. 휘닉스홀딩스는 실적 부진 탓에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휘닉스홀딩스는 지난 1분기 10억52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동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당기순손실은 9억51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도 4억63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돈을 나타낸다. 외상매출이나 미수금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회사로 유입된 돈이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으로 들어온 돈이 없었고, 오히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휘닉스홀딩스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맞지만 자금 사정이 나쁘지는 않다"며 "앞으로도 자금조달을 위해 증자 등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제조업체 플레이텍도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이던 자사주 189만5474주 중 20%에 해당하는 37만9094주를 처분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49억73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상태다. 23억7000만원 손실이다. 지난 1분기 누적 결손금은 201억3700만원에 달한다. 전원공급장치(SMPS) 제조·판매 업체 동양이엔피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자사주 20만주를 시간외대량매매 방법으로 처분키로 했다. 오는 26일까지 자사주를 전량 처분해 36억3000만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동양이엔피의 지난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3억9700만원으로 플러스(+) 상태였지만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82.41% 감소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각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긍정적이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기업들의 향후 실적을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면 자사주 매각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자사주는 회사 자산의 특수한 형태로 볼 수 있다"며 "기업에 현금이 유입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책이 향후 실적 개선과 이어지지 않을 경우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