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재부와 협의도 안 한 국토부의 제멋대로 세금정책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도 부동산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겠다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발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서 장관은 최근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유주택 수에 따라 차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 2주택 보유자에게만 적용하겠다던 분리과세를 다주택자에게도 똑같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서 장관은 특히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담으로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언급해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음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작 세금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부처 간에 협의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도 “관계부처 간 논의를 본격화하기 전에 장관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해 사전 협의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제기되자 국토부 장관이 불쑥 부동산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세금은 여러 부처 간 협조와 의견 교환이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세제의 주무부처이며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가 엄연히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문제는 계속 방침이 바뀌어왔다. 아직도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국민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그런데 정부 내에서조차 이처럼 중구난방이다. 이런 식이라면 사회부총리가 신설된들 정책의 효율성과 책임성이 높아질 리 없다. 정책의 핵심은 신뢰성과 일관성이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여론 눈치보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더구나 정책으로 시장을 움직이려는 유혹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