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찌개, 밤엔 보쌈…'한 지붕 두 가게' 뜬다

Small Biz 성공 자영업 길라잡이 - 창업 뉴 트렌드

복합매장 돌풍

포화시장서 경쟁력 높이는 '무기'
매출 늘고 점포 효율경영 매력

짬뽕&피자 등 성격 다른 아이템
의외로 궁합 잘맞아 입소문도
서울 중구 황학동의 원할머니보쌈 본점 매장에서 손님들이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다. 원할머니보쌈 제공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범계역 인근 먹자골목에 있는 ‘원할머니보쌈&박가부대’ 평촌점에는 하루 종일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에는 부대찌개 손님이 들어온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도 간간이 부대찌개 손님이 오다가 저녁이 되면 보쌈과 술을 주문하는 손님들로 확 바뀐다. 술 손님이 빠져나간 밤 9시 이후 다시 1차로 소주를 마신 손님들이 속풀이로 부대찌개를 먹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 찌개와 보쌈의 반복 순환주기가 밤 늦도록 이어지는 것이다. 171㎡ 크기의 이 점포는 한 달에 매출 1억원을 올리는 초우량 가맹점이다.

복합매장의 높은 생산성불황과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서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한정된 매장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원할머니보쌈&박가부대’ 평촌점을 운영하는 오금산 사장(55)은 1998년부터 이곳에서 보쌈전문점을 운영해온 범계역 상권의 터줏대감이다. 16년간 한결같은 친절과 맛집으로 소문나 단골고객이 항상 북적거린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고, 배달 주문도 많아 장사가 잘 됐죠.”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주변에 보쌈집이 6~7군데 생겨나면서 매출이 점차 감소했다. 오 사장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과감하게 인테리어를 바꾸는 한편 부대찌개 브랜드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부대찌개를 판매하기 전에는 하루 매출이 280만원이던 것이 부대찌개를 판매한 뒤에는 330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는 손님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점포 앞에 광고판을 여기저기 세워 보쌈과 부대찌개를 함께 판매한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월 매출 1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곧 전단지 홍보를 시작하면 하루 매출이 400만원 이상 나올 겁니다.”경북 영천시 문외동에서 이탈리아 화덕피자 전문점인 ‘라떼떼커피’와 족발전문점 ‘천하제일왕족발’을 운영하는 박태자 사장(55)도 한 점포에서 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132㎡ 규모의 점포를 반으로 나누어 왼쪽은 카페, 오른쪽은 족발전문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두 매장을 합쳐 월 매출은 4200만원, 한 달 순이익이 1500만원에 이른다는 게 본사 측 설명이다.

미스매치 아이템도 한 매장에서 취급

성격이 전혀 다른 아이템을 접목해 인기를 얻은 맛집도 있다. 경기 안양시 범계동에 있는 주꾸미&피자 전문점 ‘더식당’은 주꾸미볶음과 피자를 판다. 주꾸미볶음과 피자 외에도 냉국수와 파스타 샐러드를 판매해 20~30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짬뽕과 피자를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는 ‘뽕신’이라는 음식점도 비슷한 경우다.도시락점과 커피점을 합친 경우도 있다. ‘에키야’는 기차역 도시락과 음료를 판매하는 점포로 점심과 저녁시간에는 도시락을 판매하고 점심과 저녁 사이 노는 시간, 즉 ‘스윙타임’에는 커피, 멜론소다, 딸기소다 등 음료수를 판매한다.

과거에도 복합 아이템을 다루는 점포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피자와 치킨,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으로 메뉴 성격이 비슷한 것이어서 판매시간대를 차별화하거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판매시간대를 달리하는 아이템을 복합, 매장의 스윙타임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점포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스윙타임에 판매할 상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