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따라 음식따라… 젊은 셰프들의 신개념 요리 맛 보세요

미식여행
캐나다 몬트리올
몬트리올이 속한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쓴다. 17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공용어로 잡리잡은 언어와 음식 문화가 독특한 프랑스 문화를 만들어냈다. 퀘벡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몬트리올은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 중에는 세계에서 파리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들이 더해져 그 어느 도시보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역 농산물 재료로 신개념 요리 개발몬트리올 거리를 걷노라면 ‘헬로’보다 ‘봉주르’가 먼저 들린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시가지에서는 유럽 분위기도 물씬 난다. 프랑스어식으로 하면 도시 이름도 몽레알이다. 도심에 위치한 산 몽헤알(Mont Real)에서 유래했다. 사실 이 도시를 몬트리올이라 부르는 시민은 아무도 없다. 나 같은 관광객들이나 그렇게 부를 뿐.

유럽의 많은 도시처럼 몬트리올에도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150년이 넘는 건축물과 관광 명소가 구시가지에 몰려 있는 점도 비슷하다. 특이한 점은 몬트리올의 역사가 시작된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유적과 문화를 둘러보면서 음식에 관한 도보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4~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컬리너리 워킹 투어’는 몬트리올의 젊은 셰프들이 주축이 돼 선보이는 음식 문화라 더욱 흥미롭다.

이들은 대량 생산되는 재료보다는 현지 생산자와 제품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한 신개념 요리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전통의 맛을 지키되 혁신적 요리법을 접목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신념으로 자신만의 작은 레스토랑을 열고 오너 셰프로 활동하는 것이 유행인데, 이런 작은 카페와 식당들이 구시가지에 숨어 있다. 유기농 베이커리, 치즈 숍, 유기농 마트, 샌드위치 집, 파인 다이닝 콘셉트의 레스토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몬트리올 구시가지의 유로피아 에스파스 부티크 카페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
노트르담 대성당.
맛과 향…다양한 음식 투어

오래된 자갈길을 걸으며 고색창연한 건축물을 감상하고 구시가지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부티크 음식점들을 탐방하는 일은 정말 독특하고 즐거운 체험이다. 에메랄드와 코발트 색으로 장식된 노트르담 대성당의 우아한 천장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지금껏 보아온 세계 여러 나라의 성당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닌가 싶다. 들어서는 순간 감탄을 자아내는 화려함과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5772개나 되는 파이프오르간 등의 오묘한 조화가 여행자의 눈을 홀린다.구시가지를 열심히 걷다가 커피 한 잔이 생각날 때 들르는 작은 카페와 식료품점 등의 음식 여행은 더더욱 반갑다. 이 도보 여행은 VDM 글로벌(VDM Global)이라는 단체에서 만든 ‘몬트리올 푸드 투어’ 홈페이지(montrealfoodtours.com)에서 신청할 수 있다. 투어의 종류도 구시가지의 맛과 향 투어, 작은 이탈리아를 경험할 수 있는 음식 투어, 구시가지의 바를 탐방하는 투어 등 다양하다. 6명 이상이면 시작할 수 있는 개인 투어도 있다.

유로피아에스파스부티크 카페는 스타 셰프 제롬 페레르가 운영한다.
구시가지의 음식 도보 여행에는 음식 전문가인 로날드 포이레 씨가 동행하며 다양한 문화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여운을 가지고 들른 첫 번째 카페는 유로피아 에스파스 부티크 카페. 투어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파스텔 색상의 마카롱이 테이블마다 차려져 있다. 제롬 페레르라는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유로피아는 몬트리올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노트르담 이스트 거리에 있는 이 에스파스 부티크는 점심을 위한 카페로, 보다 시내 쪽에 있는 유로피아 레스토랑은 6가지와 10가지 코스의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고급 다이닝 장소다.
푸아그라 파데 요리.
다채로운 음식 즐길 수 있는 몬트리올

음식 탐험은 계속됐다. 들어서는 순간 진짜 유럽의 시장에 온 것처럼 천장에 잠봉(Jambon·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햄)이 주렁주렁 걸린 마르셰 르 빌레(Marche Le Villett). 이곳에서는 갓 구운 빵에 바른 푸아그라 파데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 몬트리올의 푸아그라는 거위가 아니라 오리로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푸아그라를 이용한 음식을 식당마다 많이 볼 수 있다. 어쩌다 한번 먹는 고급 음식이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먹는 평범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각종 잼과 향신료의 천국 마르셰 뒤 비오.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초콜릿과 쿠키가 앙증맞은 캐나디안 메이플 딜라이트 숍, 퀘벡주에서 나는 과일과 허브로 만든 각종 잼과 향신료를 파는 마르셰 뒤 비오 등이 이 음식 도보 여행의 코스에 속한다. 요리에 관심이 많거나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 여행객에게는 쇼핑 장소 역할도 톡톡히 하는 곳들이다.

“몬트리올의 젊은 셰프들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미식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몬트리올에서 손꼽히는 레스토랑과 같은 양질의 요리를 뉴욕에서 즐기려면 두세 배의 비용을 내야 하죠. 가격 대비 양질의 다채로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몬트리올의 매력입니다."

포이레 씨의 설명을 들으며 어느덧 구시가지의 중심지인 자크 카르티에 광장에 도착했다. 음식 도보 여행이 끝나는 장소다. 아기자기한 숍과 카페가 경사진 광장을 따라 늘어서 있다. 점심 시간이 다 됐지만 배는 음식 탐험으로 이미 채워진 상태다.


여행팁

유로피아 에스파스 부티크 (Europea Espace Boutique)
몬트리올의 유명 셰프인 제롬 페레르가 운영하는 카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와 베이커리가 인기 있다. 33 Rue Notre-Dame Quest,Montreal(europeaespaceboutique.ca/nos-restaurants)

마르셰 뒤 비오 (Marche du Vieux)
프랑스의 시장에 온 듯한 분위기가 특징. 프랑스의 전통 요리법으로 만든 음식들이 나오지만 재료는 모두 퀘벡주에서 나는 것들이다.

캐나디안 메이플 딜라이트 (Canadian Maple Delights)
메이플 시럽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 종류에 대해 놀라움을 주는 곳. 24 Rue St Paul East Montreal (delicesdelerable.com)운항편
몬트리올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밴쿠버나 토론토에서 몬트리올로 가는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에어캐나다를 타면 밴쿠버를,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토론토를 경유해 몬트리올로 간다. 인천에서 토론토까지는 평균 13시간, 토론토에서 몬트리올의 도르발 공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