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건축 100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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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석 커미셔너 수상소감한국이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개막식에서 국가관에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프란체스코 반다린 심사위원장은 “긴장이 고조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전개된 한국 건축의 새롭고 풍성한 지식을 탁월하게 제시한 전시”라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남북한 앞을 내다보기 위해 지난 100년 되돌아본 것"
한국관은 전시 총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안한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라는 주제에 부응해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를 국가관 테마로 정했다. 서로 다른 체제상의 대립관계 속에서 각자 다른 건축 어법을 발전시켜온 남북의 건축 현상을 살펴보면서 오늘의 한국 건축이 나아가야 할 길을 되새겨보는 전시다.‘삶의 재건’ ‘모뉴멘트’ ‘경계’ ‘유토피안 투어’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소, 닉 보너, 김수근, 김석철&프랑코 만쿠소, 강익중 등 국내외에서 모두 29개 팀(한국 국적 14팀·외국 국적 15팀)이 참여했다. 당초 남북한이 함께 전시를 꾸린다는 방침이었지만 북한과의 접촉 불발로 무산됐다. 한국관 전시의 커미셔너는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가 맡았고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와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다.이번 전시는 1995년 베니스시에 한국관 설립 허가를 받아낼 때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남북한 공동전시의 당위성을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어 19년 만에 그 약속을 이행하는 의미도 있다. 북한 측이 불참했지만 지난 100년 동안 남북한 건축의 커다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심사위원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건축의 흐름을 체제와의 관계 속에서 정리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민석 커미셔너는 이번 전시가 “앞을 내다보기 위해 지난 100년을 되돌아본 것이었다”며 “언젠가 남북한 국기 두 개를 무난하게 걸어놓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그냥 좋은 건축 전시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배형민 큐레이터는 남북한 건축을 함께 묶어 다루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비엔날레의 기획과 전시의 형식 자체가 이 두 가지를 함께 모을 수 있는 ‘위험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며 “전시가 담론을 만들어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은사자상은 칠레관에 돌아갔다. 3개의 국가관에 수여되는 특별언급상은 캐나다관, 프랑스관, 러시아관이 각각 받았다. 6월7일부터 공식 개막한 베니스비엔날레는 11월23일까지 베니스 일대에서 열린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