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건, 증시 주목할 '깜짝 발표' 연내 2건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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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등 핵심 사업 전략적 제휴 준비 중“제가 물러난다는 식으로 계속 억측이 나오니 직원들조차 ‘진짜 그런가보다’ 하는데…. LG생활건강은 식구가 3만명이 넘는 회사입니다. 제가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할 수 없습니다.”
주식 매각 대금은 모교 美 코넬대 등에 기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은 최근 증권가에서 자신의 ‘퇴진설’이 나오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을 만난 곳은 8일 오후 서울 구기동 자택 앞. 그는 부인과 함께 산책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2005년 취임 이후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자제해 왔던 그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차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은 올 때도 제맘대로 못 오지만 갈 때도 제맘대로 못 간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주식을 매각한 것과 퇴임은 무관하고, 돈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기 위해서일 뿐”이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차 부회장의 퇴진설이 제기된 건 그가 지난 3월 핵심 계열사인 더페이스샵과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데다, 이달 초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하면서다. 올해로 LG그룹에 영입된 지 10년째인 ‘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도 소문에 힘을 보탰다.
그는 계열사 대표직 사임 역시 “퇴진과 관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했을 때는 ‘5년 누적적자인 회사를 왜 샀느냐’, 더페이스샵을 샀을 때는 ‘사모펀드가 단물 다 빼간 회사를 왜 샀느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살린다는 뜻에서 이름을 올렸고, 이제 상황이 모두 좋아졌으니 빠진 겁니다.”그의 말대로 LG생활건강과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크게 호전됐다. 그가 사장으로 영입된 2005년 LG생활건강 매출은 1조392억원, 영업이익은 717억원이었다. 차 부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 덩치를 빠르게 키워냈다. 코카콜라음료(2007년)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더페이스샵(2010년) 해태음료(2011년) 바이올렛드림, 일본 긴자스테파니(2012년)·에버라이프, 캐나다 푸르츠앤드패션(2013년)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4조3262억원, 영업이익은 4964억원으로 늘었다. 한 해 1조원을 벌던 회사가 한 분기에 1조원씩 버는 회사로 변신하면서 ‘차석용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증시에서 그가 퇴임할 경우 LG생활건강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차 부회장의 주식 매각이 CEO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연내에 주가가 올라갈 깜짝 놀랄 큰 발표가 두 건 정도 나올 예정인데 그때 팔면 더 문제가 될 것 같아 고민 끝에 지금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차 부회장은 ‘깜짝 놀랄 발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핵심 사업부문의 전략적 제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엘리자베스아덴을 포함한 M&A 추진 현황에 대해 그는 “언제나 좋은 매물은 여러 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80% 이상이 국내 매출이지만 2020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화장품 부문에서 중국, 일본, 미국을 3대 전략시장으로 삼아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 부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회계학 학사), 코넬대(경영학 석사)를 거쳤다. 1985년 미국 P&G에 입사해 1999년 한국P&G 사장에 올랐다. 이후 해태제과 사장(2001~2004년)을 거쳐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사장에 영입됐다. 그는 LG그룹이 외부에서 영입한 경영인 중 최초로 2011년 12월 부회장에 승진했다.차 부회장은 주식 매각대금 대부분을 모교인 코넬대 등에 장학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넬대는 뉴욕에 캠퍼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고학(苦學)을 했다”며 “내가 받았던 것을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것이 오래전부터 꿈이었다”고 밝혔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쳐서 붙었지만 사정이 어려워 공부를 더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코넬대에서 장학금과 생활비를 준다고 해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고, P&G에 입사해 여기까지 왔죠. 장학금이 저를 ‘거지’에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만들어준 거죠.”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