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난 펀드 개보수 해드려요"

증권사, 펀드 리모델링 서비스 경쟁
고객 찾아다니며 '갈아타기' 추천

하나대투, 세무·부동산 전문 12명
3억 이상 자산가 360여명 상담
삼성, 손실 원인 찾아 대안상품 추천
부산 해운대에 사는 황모씨(51)는 지난주 거래 증권사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수수료를 면제해줄 테니 손해 보고 있는 펀드 3종을 유망한 상품으로 갈아타라는 권유였다. 그는 “2년 넘게 손해만 보면서 지긋지긋했던 펀드를 다 교체할 생각을 하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손실 난 펀드를 리모델링해주는 서비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부진한 수익률에 대한 민원을 줄이면서 고객 충성도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비스 초기인 지금은 부유층 고객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일반 펀드 가입자로 대상을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0일 손실 난 펀드만을 모아 재투자하는 방식의 ‘신한명품 오페라 펀드랩’을 출시했다. 손실 펀드 평가액이 총 5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대상이다. 예컨대 수익률이 좋지 않은 금펀드나 브라질펀드를 환매하고, 증권사가 추천하는 유망한 가치주펀드 등으로 갈아타는 식이다. 펀드랩에 재투자할 때 발생하는 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이재신 랩운용부 부장은 “원금 회복을 기다리다 손실폭이 더 커지는 투자자가 많다”며 “손실 고객을 끝까지 관리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올초 ‘고객보호 심의회’를 구성, 수익률이 부진한 고객을 대상으로 원인을 집중 분석한 뒤 대안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달 전국 지점별로 정기 심의회를 열고 있다. 1차로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원금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개보수’를 해줬다. 지금은 주식형펀드 및 브라질채권 투자자에게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조한용 상품전략 담당이사는 “분기마다 개별 고객 수익률을 체크한 뒤 본사가 정한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유망 상품을 다시 추천해주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자산배분센터를 만들었다. 손실 난 펀드를 갖고 있는 고객 자산을 여기서 리모델링한다. 투자자를 △고수익형 △중수익형 △안정형으로 나눈 뒤 성향별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고수익 추구형으로 분류된 A투자자는 종전 펀드를 환매한 뒤 자산배분센터가 엄선한 ‘6월의 주식형펀드’ 13종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하나대투증권은 별도의 ‘펀드 개보수팀’까지 꾸렸다. 증권과 상품개발, 세무, 부동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대상은 3억원 이상 자산가. 손실액이 큰 사람을 우선 찾아다니며 신상품이나 새 종목을 찾아주고 있다. 작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360여명을 상담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금 손실을 보고 있는 고객들이 처음엔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만 차츰 마음의 문을 열면서 더 많은 자금을 맡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AS에 나서는 것은 과거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펀드시장이 포화되면서 증권사들이 기존 가입자로 눈을 돌려야 하는 업황이 개보수 서비스 경쟁을 낳는 또 다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