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맛 감정단]오랫동안 사랑받은 뚝심의 맛…'을지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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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진짜 맛집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문기업 씨온(SeeOn)과 손잡고, SNS에서 가장 인기있는 맛집을 엄선한다. 특정 지역 또는 특정 테마에서 상위 몇 개 맛집을 추려내는 작업을 택했다. 'SNS 맛 감정단'은 매주 수요일 연재된다. [편집자 주]
광장시장, 방산시장, 세운상가 등 청계천을 따라 이어져 있는 상가들이 투박한 도시의 분위기를 풍기는 을지로. 그 맛의 깊이와 내공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곳의 맛집들은 최소 수 년에서 최대 50~60여년 동안 이 주변 상인들과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저녁이면 가게 마당으로 간이 테이블이 하나 둘 펼쳐지고, 기다렸다는 듯 삼삼오오 몰려드는 사람들로 골목이 북적인다. 해가 질 무렵이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의 이 계절이 을지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주는 서민의 맛. 을지로로 가볍게 떠나보자.
◆ 줄 서서 먹는 김치찌개집 '은주정'김치찌개는 집에서나 가까운 식당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먼 길을 찾아 오거나 줄서서 기다리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 곳이 은주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방산시장 인근에 위치한 오랜 김치찌개 맛집인 은주정은 돼지고기를 가득넣은 김치찌개와 푸짐한 쌈채소를 함께 내어주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김치찌개를 쌈으로 먹는 방식은 다소 생소하지만 일단 먹어보면 은근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자글자글하게 끓인 찌개국물에 밥을 슥슥 비벼 먹는 맛도 좋다. 점심에는 쌈싸먹는 김치찌개(7000원)를, 저녁에는 삼겹살과 김치찌개(1만원)로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한다. 최근 내부 확장으로 한결 매장이 넓어져서 웨이팅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피크 시간에 방문해도 무리가 없다.
◆ 궁에서 먹었던 보양식 초계탕 '평래옥'
평안도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이름 붙은 평래옥은 3대째 62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북 요리 전문점이다. 추운 지방인 평안도 특유의 깔끔하고 개운한 맛의 음식들이 이 집의 장점이다. 초계탕, 어복쟁반, 평양냉면 등이 인기가 많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초계탕(1만1000원)은 진하게 끓여 차게 식힌 닭육수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가미하고 채소와 메밀면을 넣어 함께 먹는 음식으로 옛날 궁에서 먹던 보양식이다. 이 때문에 여름이면 초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손님들이 가게 밖을 빙 둘러싼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닭무침은 육수를 내고 남은 닭의 살점으로 만든다. 맛이 칼칼하면서도 새콤달콤해서 자꾸 손이 간다. 메인요리가 나오기 전 닭무침을 한 입 맛보면 맛있는 국물의 초계탕을 기대하게 만든다.
◆ 사람 냄새가 가득한 따뜻한 녹두전 '원조녹두'을지로 공구상가 뒷쪽으로는 허름하지만 이 골목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맛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골목을 온통 고소한 냄새로 물들이는 정겨운 간판의 빈대떡 전문점 원조녹두집은 두툼하게 부친 녹두전과 막걸리 한 사발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로 매일 만석이다. 요즘같은 초여름 날씨에는 가게 밖 간이 테이블이 더 인기가 좋은데, 삼삼오오 둘러앉은 직장인들의 수다소리가 정겹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노릇노릇하게 전을 부쳐내면 손님이 직접 가져가기도 하고, 다 먹은 테이블을 치우는 일도 손님들이 도맡는 풍경이 재미있다. 녹두전(8000원), 오징어가 듬뿍들어 있는 해물파전(9000원), 엄마가 싸준 도시락에서 먹어본 것 같은 동그랑땡(9000원) 등이 인기다.
◆ 정성으로 채운 설렁탕 한 그릇 '문화옥'
문화옥은 1952년부터 현재까지 오랜시간 을지로에서 한 자리를 지켜온 설렁탕집이다. 60년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은 그림들이 인상적인 내부로 들어서면 몇몇 나이 지긋해 보이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뽀얀 진국의 육수에 담백한 양지수육을 얹어내는 설렁탕(8000원). 서울식 설렁탕답게 깔끔하고 담백한 스타일의 국물맛이 인상적이다. 싱싱한 맛의 배추김치와 새콤한 깍두기를 함께 먹으면 든든하기 그지없다. 도가니탕(1만3000원), 족탕(1만7000원), 수육(3만5000원) 등이 유명하다.
◆ 담백한 육수와 구수한 메밀면이 제대로…'을지면옥'오랜 세월을 그대로 말해주는 입구 간판을 지나면 좁은 통로에 옛날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본 듯한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 위에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여름엔 많은 손님덕에 웨이팅이 있지만 길지는 않은 편이다. 자리에 앉으면 내어주는 구수한 면수를 즐기다 보면 금새 주문한 평양냉면(1만원)이 나온다.
시원하면서도 심심한 평양냉면 국물은 평소 새콤달콤한 냉면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즐기다 보면 육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국물과 구수한 메밀면이 만드는 조화의 참맛을 깨닫는 시기가 온다. 담백하고 심플한 맛 속에 숨어있는 깊이있는 맛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곳을 방문해보자.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광장시장, 방산시장, 세운상가 등 청계천을 따라 이어져 있는 상가들이 투박한 도시의 분위기를 풍기는 을지로. 그 맛의 깊이와 내공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곳의 맛집들은 최소 수 년에서 최대 50~60여년 동안 이 주변 상인들과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저녁이면 가게 마당으로 간이 테이블이 하나 둘 펼쳐지고, 기다렸다는 듯 삼삼오오 몰려드는 사람들로 골목이 북적인다. 해가 질 무렵이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의 이 계절이 을지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주는 서민의 맛. 을지로로 가볍게 떠나보자.
◆ 줄 서서 먹는 김치찌개집 '은주정'김치찌개는 집에서나 가까운 식당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먼 길을 찾아 오거나 줄서서 기다리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 곳이 은주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방산시장 인근에 위치한 오랜 김치찌개 맛집인 은주정은 돼지고기를 가득넣은 김치찌개와 푸짐한 쌈채소를 함께 내어주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김치찌개를 쌈으로 먹는 방식은 다소 생소하지만 일단 먹어보면 은근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자글자글하게 끓인 찌개국물에 밥을 슥슥 비벼 먹는 맛도 좋다. 점심에는 쌈싸먹는 김치찌개(7000원)를, 저녁에는 삼겹살과 김치찌개(1만원)로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한다. 최근 내부 확장으로 한결 매장이 넓어져서 웨이팅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피크 시간에 방문해도 무리가 없다.
◆ 궁에서 먹었던 보양식 초계탕 '평래옥'
평안도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이름 붙은 평래옥은 3대째 62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북 요리 전문점이다. 추운 지방인 평안도 특유의 깔끔하고 개운한 맛의 음식들이 이 집의 장점이다. 초계탕, 어복쟁반, 평양냉면 등이 인기가 많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초계탕(1만1000원)은 진하게 끓여 차게 식힌 닭육수에 새콤달콤한 양념을 가미하고 채소와 메밀면을 넣어 함께 먹는 음식으로 옛날 궁에서 먹던 보양식이다. 이 때문에 여름이면 초계탕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손님들이 가게 밖을 빙 둘러싼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닭무침은 육수를 내고 남은 닭의 살점으로 만든다. 맛이 칼칼하면서도 새콤달콤해서 자꾸 손이 간다. 메인요리가 나오기 전 닭무침을 한 입 맛보면 맛있는 국물의 초계탕을 기대하게 만든다.
◆ 사람 냄새가 가득한 따뜻한 녹두전 '원조녹두'을지로 공구상가 뒷쪽으로는 허름하지만 이 골목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맛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골목을 온통 고소한 냄새로 물들이는 정겨운 간판의 빈대떡 전문점 원조녹두집은 두툼하게 부친 녹두전과 막걸리 한 사발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들로 매일 만석이다. 요즘같은 초여름 날씨에는 가게 밖 간이 테이블이 더 인기가 좋은데, 삼삼오오 둘러앉은 직장인들의 수다소리가 정겹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노릇노릇하게 전을 부쳐내면 손님이 직접 가져가기도 하고, 다 먹은 테이블을 치우는 일도 손님들이 도맡는 풍경이 재미있다. 녹두전(8000원), 오징어가 듬뿍들어 있는 해물파전(9000원), 엄마가 싸준 도시락에서 먹어본 것 같은 동그랑땡(9000원) 등이 인기다.
◆ 정성으로 채운 설렁탕 한 그릇 '문화옥'
문화옥은 1952년부터 현재까지 오랜시간 을지로에서 한 자리를 지켜온 설렁탕집이다. 60년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은 그림들이 인상적인 내부로 들어서면 몇몇 나이 지긋해 보이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곳의 인기메뉴는 단연 뽀얀 진국의 육수에 담백한 양지수육을 얹어내는 설렁탕(8000원). 서울식 설렁탕답게 깔끔하고 담백한 스타일의 국물맛이 인상적이다. 싱싱한 맛의 배추김치와 새콤한 깍두기를 함께 먹으면 든든하기 그지없다. 도가니탕(1만3000원), 족탕(1만7000원), 수육(3만5000원) 등이 유명하다.
◆ 담백한 육수와 구수한 메밀면이 제대로…'을지면옥'오랜 세월을 그대로 말해주는 입구 간판을 지나면 좁은 통로에 옛날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본 듯한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 위에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여름엔 많은 손님덕에 웨이팅이 있지만 길지는 않은 편이다. 자리에 앉으면 내어주는 구수한 면수를 즐기다 보면 금새 주문한 평양냉면(1만원)이 나온다.
시원하면서도 심심한 평양냉면 국물은 평소 새콤달콤한 냉면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즐기다 보면 육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국물과 구수한 메밀면이 만드는 조화의 참맛을 깨닫는 시기가 온다. 담백하고 심플한 맛 속에 숨어있는 깊이있는 맛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곳을 방문해보자.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