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주도한 건축 흐름, 이젠 한국 등 3세계로 이동"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황금사자상 수상 이끈 조민석 커미셔너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은 20세기까지 세계 건축계를 지배해온 유럽과 미국 중심주의에 종지부를 찍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 7일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의 조민석 커미셔너(사진)는 12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올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은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라는 테마로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각자 다른 건축 어법을 발전시켜온 남북의 건축 1세기를 성공적으로 조망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5개월 동안 전시를 준비했다는 그는 “남북한의 건축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대치 국면으로 파악하기보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각자의 공통된 관심사가 무엇이었나에 초점을 맞췄다”며 “6·25전쟁으로 파괴된 남한과 북한이 각각 전후 재건이라는 기치 아래 각자의 건축적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나갔는지 4개 섹션으로 나눠 살폈다”고 밝혔다.

그는 “전시 콘셉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큐레이터로 참여한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균형 감각을 잡아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그 공로를 돌렸다.수상 발표가 나기 전에 어느 정도 수상을 예감했다는 그는 “이번 전시의 주제가 기존의 주류 건축 어법을 해체하고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고 있다”며 “이런 의도는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심사위원단 5인 중 서너 명을 건축가로 배정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작가, 미술가, 저널리스트 등 건축 외부 인사가 다수를 점했다는 것. 조 커미셔너가 램 쿨하스와 사제관계라는 점도 주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많은 질문을 쏟아냈고 유명인사의 전시장 방문이 줄을 이었다”고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장 루이 코헨은 한국 건축의 중요성을 몰랐다며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죠.”

조 커미셔너는 연세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건축과를 나왔다. 지금은 매스스터디스 대표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미국건축가협회 건축연맹상, 미국 시카고아테네움 국제건축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닌 그는 기존 건축 개념을 해체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국제 건축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