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나만의 기술이 큰 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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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교육받고 해외취업 성공한 전명기 씨실업자이던 베이비부머가 3개월 단기교육을 받고 연봉 1억원짜리 해외 취업에 성공해 화제다. 주인공은 미얀마 양곤에 있는 ALL ACE라는 섬유인쇄기업의 생산관리 총책임자인 전명기 씨(56·오른쪽).
해외영업 경력만으론 취업 못해
작업복 입고 3개월 인쇄기술 익혀
"폴리텍 동문들 일할 기반 닦겠다"
충남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전씨는 1988년 입사한 로옴코리아에서 해외영업 분야를 맡으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에는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회사를 창업해 ‘우수 무역인상’을 받을 정도로 잘나갔다. 사업에 탄력이 붙자 2008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바람이 불 때 구리광산 사업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내 사업이 실패하면서 전씨는 실업자 신세가 됐다.“3년간의 실업자 생활을 해보니 해외영업 경력만 가지고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만의 기술을 하나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선택한 것은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에서 운영하는 디스플레이인쇄 직종의 베이비부머 훈련이었다. 기업 대표까지 지냈던 그가 작업복을 입고 기술을 배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공부가 아닌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는 주변의 반응이었다.
교육은 3개월 단기과정이었다. 교육이 끝난 뒤 해외 취업에 성공한 것은 지도교수였던 정명식 교수의 공이 컸다. 정 교수는 전씨의 해외영업 경력을 고려했을 때 해외 취업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매년 기술 컨설팅을 위해 방문했던 ALL ACE에 지난해 8월 전씨와 동행해 면접을 주선했다. 전씨는 해외영업 경력이 있는 데다 3개월간의 집중적인 스크린인쇄 실무교육을 받았지만, ALL ACE에서 내민 계약조건은 파격 그 자체였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원). 판매 실적에 따른 옵션 조항도 붙었다. 전씨는 그 자리에서 미얀마 양곤공장 생산관리 총책임자를 맡겠다는 도장을 찍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지난달 3일 출국했다.ALL ACE는 섬유제품에 스크린인쇄를 하는 중소기업이다. 종업원은 현지인 80명과 한국인 3명으로 한국인이 운영한다. 전씨는 “오늘의 좋은 결과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에 실무 기술이 더해진 덕분”이라며 “앞으로 한국폴리텍 동문들이 이곳에서 파트너로 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겠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의 베이비부머 직업훈련은 만 45~62세 실업자, 전직 예정자,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1007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고, 취업률은 46.8%였다. 구체적인 훈련 분야는 취업이나 창업이 쉬운 전기, 보일러설비, 기계, 건축인테리어 등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