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롯데푸드에 분노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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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분유 제안 거절당해…이마트와 새 제품 내놓자 '발끈'롯데그룹 내 유통기업과 제조기업 간 협력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롯데그룹 내 제조업 계열사가 롯데마트 등 계열 유통업체를 제치고 라이벌 유통업체와 손을 잡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푸드가 이마트와 함께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를 개발, 14일부터 판매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는 롯데푸드가 이마트에만 납품하는 이마트 전용 상품이다. 이마트와 롯데 식품 계열사가 제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롯데마트는 이마트가 상품 개발에 착수하기 3개월 전인 지난해 8월 롯데푸드에 자체브랜드(PB) 분유 개발을 제안했지만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마트가 원하는 가격에 납품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는 가격 연동제에 따른 원유 가격 인상을 앞둔 시점이었다.
롯데마트는 올 1월 롯데푸드에 분유 개발을 다시 제안, 오는 7월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롯데푸드가 이미 이마트와 분유를 개발 중이며 6월 중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노병용 사장 등 롯데마트 경영진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에 사전 통보도 없이 이마트와 손잡은 것을 일종의 ‘배신’으로 본 것이다.롯데마트는 롯데푸드 측에 분유 생산 시점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롯데마트는 롯데푸드와 함께 만든 ‘귀한 산양분유’를 계획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오는 19일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롯데 유통기업과 제조기업 간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롯데제과가 과자 신제품 ‘듀페’ 마케팅 행사를 GS수퍼마켓과 함께 열었다.
롯데의 한 식품 계열사 관계자는 “그룹 내 유통업체들이 계열사라는 점을 앞세워 가격을 낮춰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할 때도 있다”며 “계열사와의 관계보다 각사의 이익을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