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정부혁신 키워드는 투명성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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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김승식 < 前대한상의 물류유통진흥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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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사를 지켜보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정부 관료들의 얄팍한 전문성과 소명의식이었다. 주요 안전규제 점검을 민간에 위탁하고 나 몰라라한 것이나 형편없이 부실한 구조와 처리과정은 모두 관료들의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관료의 전문성 부족은 개인이 아닌 제도의 문제다. 1~2년마다 보직이 바뀌는 인사제도 하에서 전문성을 얘기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기업처럼 업무성과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 공직자의 소명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말 그대로 ‘의식’이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한 가지 유효한 방법은 모든 제도와 활동을 투명하게 만들고 잘잘못의 경중과 고의성 여부를 따져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에서의 혁신은 제도와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지 잘못에 대한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꼭 지켜야 할 안전규정들은 간단명료하게 만들어 현장에서 반드시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 감독부서와 시행부서를 전문화하고 분리해 상호점검토록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사례를 보면 상급 부처의 감독과 자체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긴급할 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 문제도 불거졌었는데 중앙과 지방의 관련 기관 간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정립되고 시스템으로 연결돼야 한다.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전에 예방하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훈련해 준비하는 일일 것이다. 사고 대처와 뒤처리 과정을 보면서 세계인들은 그 나라와 국민의 품격을 평가한다.
김승식 < 前대한상의 물류유통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