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美대통령 사인 받자"…수천명 몰려 유세장 방불

'힐러리 북 투어' 현장 가보니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잖아요.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15일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알링턴시 코스트코 매장에서 열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책 사인회(사진)에서 만난 로라 재킨스. 2시간 이상 매장 밖 땡볕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 같은데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클린턴 전 장관의 자서전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을 흔들어 보이며 “힘들어도 미래 대통령에게 사인을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북투어의 분위기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코스트코 매장 밖의 힐러리를 지지하는 정치외곽조직인 ‘레디포 힐러리’의 대형버스, 경찰차와 앰뷸런스, 곳곳에 위치한 경호원들은 민주당 대선후보의 유세현장을 연상케 했다. 레디포 힐러리 회원들은 줄 서 있는 시민들에게 힐러리 스티커와 대형 브로마이드를 나눠주며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사인회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미래 대통령’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 매장 주변에 장사진을 쳤다. 밤을 꼬박 새운 사람도 있었다. 밖에서 2시간, 매장 안에서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힐러리의 사인을 받고 손을 잡아본 사람들은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여성은 사인을 받은 뒤 “당신이 대선에 출마했으면 좋겠다. 2016년! 당신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외쳤다. 힐러리가 이날 사인한 책은 1200권이 넘는다. 코스트코 매장 직원은 “오늘 가장 많이 팔린 게 힐러리 책”이라고 했다.

이날 사인회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유세 현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흑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백인이 대부분이었고 여성 60%, 남성 40%의 비율이었다. 특히 젊은 여성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조지타운대에 다닌다고 소개한 여대생 신디 워드는 “힐러리는 우리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 판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2009년 미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대법관에 임명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가 이날 코스트코에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샌들과 티셔츠 차림으로 쇼핑을 왔다가 우연히 힐러리 사인회 전단을 보고 경호원에게 “잠시 볼 수 있느냐”고 말해 클린턴 전 장관을 만나 사인을 받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