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경제 적폐부터 없애라] 당장 '숫자' 좋다고 기업 옥죄선 안돼

경상흑자 사상최대지만 10대그룹 세전 이익 15%↓
기업 미래경쟁력 장담 못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1%포인트 높은 4% 안팎이다.

또한 작년 말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였다. 2012년보다 3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798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는 매우 건전하고 완만하지만 우상향의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하지만 기업 현장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 경제 성장의 한 축인 기업들의 경제 전망은 이런 지표와 달리 ‘불확실성 투성이’란 게 현장의 목소리다. 당장 10대 그룹 실적이 감소 추세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10대 그룹이 작년에 올린 세전이익(상장계열사 기준)은 약 51조원으로 2012년보다 15%가량 줄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0대 그룹 세전이익은 27조원가량으로 뚝 떨어진다. 올해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몇몇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의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산건전성도 마찬가지다. 2004년 103%였던 30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83%로 10년 새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30대 그룹 가운데 한진 효성 동부 등 13곳의 부채비율은 더 악화됐다.사정이 이런데도 지금까지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를 토대로 각종 기업 관련 규제가 양산돼 왔다. 작년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만들어진 대다수 규제가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만 따먹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한 하도급법 등이 ‘대기업은 갈수록 실적이 좋아지고, 중소기업은 점점 열악해진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규제다. 당장 대기업이 거둔 실적이 좋다고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깎아먹을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작년 말 기준 471조원에 달했다. 2012년 430조원보다 대폭 늘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선 대기업들이 각종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투자는 하지 않고 현금만 쌓아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것 자체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라는 게 경제계의 반박이다.

경제계는 새 경제팀은 당장 기업이 내놓은 숫자(실적)에 매달린 경제정책을 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도 지금까지는 매년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투자와 경쟁력을 이끌어낼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