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뼈, 이식 길 열렸다

인사이드 스토리

성균관대 김근형 교수팀 실험 성공
임상 거치면 5년내 사람에게도 적용
간·심장 등 장기 연구도 본격화
경기 수원시에 있는 성균관대 생명공학대학 연구실 직원이 바이오프린팅 준비를 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경기 수원시에 있는 성균관대 생명공학대학 연구실 직원이 바이오프린팅 준비를 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살아 있는 뼈나 장기(臟器) 등 인체 조직을 3차원(3D)프린터로 만드는 ‘바이오프린팅’(세포 프린팅) 연구가 국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3D프린터로 찍어낸 뼈를 동물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임상시험을 거치면 5년 안에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프린팅 연구 활발김근형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팀은 기존 방식인 ‘세포를 담체(체내 이식 물질)에 직접 주입한 뼈 조직’과 ‘3D프린터로 만든 뼈 조직’을 기니피그(실험용 쥐) 귀 뒤쪽에 이식해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전남대 의과대학과 함께 진행한 이 실험에서 3D프린터로 만든 뼈 조직이 기존 방식에 비해 세 배 이상 뼈가 잘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3D프린터로 만든 뼈 조직을 이식한 기니피그 체내에서 뼈가 정상적으로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르면 다음달께 이 동물실험 결과를 바이오머티어리얼스 등 해외 저널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프린팅을 사람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며 “앞으로 뼈가 녹는 만성 중이염을 앓거나 뼈에 암이 전이된 환자 등에게 이 기술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임상시험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이종원 가톨릭대 의과대학 성형외과 교수,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심진형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콜라겐 등 체내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는 생체적합성 물질 없이 세포만으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바이오잉크는 생체적합성 물질과 체내 세포를 융합해 만든다. 반면 조 교수팀이 개발한 바이오잉크는 바이오프린팅을 하면 세포조직이 보다 활발하게 생성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 결과는 최근 영국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기증자 없이도 장기이식 가능

뼈나 장기 등 인체 조직을 배양할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세포가 몸 밖 환경에서 쉽게 죽는다’는 점이다. 여러 세포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바이오프린팅이다. 재료와 환경을 기계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3D프린터로 만든 인체 조직은 체내 적응이 빠르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오가노보사는 3D프린터로 만든 간 조직이 40일 동안 기능을 잃지 않고 살았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완전한 기능을 하는 간 조직을 연구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미국 대학들도 바이오프린팅 연구를 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혈관, 프린스턴대는 귀를 3D프린터로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성균관대와 포스텍, 한국기계연구원 등이 관련 기술과 재료, 장비를 개발 중이다.

○상용화 시기는

현재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인체의 일부 세포 조직을 만드는 수준이다. 살아 있는 심장이나 간 같은 장기 전체를 3D프린터로 만드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하지만 작은 세포 조직이라도 체내에 이식해 재생시키면 질병 치유나 수명 연장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예상이다. 3D프린터로 만든 생체 조직을 의약품 임상에 쓰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의약품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의약품 자체를 바이오프린팅할 가능성도 생긴다.

현재 의료계에서 3D프린터는 보청기나 지지대 등 의료기기를 만들거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수술 부위를 모형으로 만드는 데 쓰이는 등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 바이오프린팅체내 세포를 함유한 ‘바이오잉크’를 3D프린터로 층층이 쌓아 세포 구조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잉크는 콜라겐 등 체내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는 생체적합성 물질과 피부세포, 조골세포(뼈세포), 간세포 등 인체 조직에 있는 세포를 추출해 융합한 액체 형태의 재료다.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맞춤형 장기이식’이 가능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