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동해 페트로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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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3
회항 직전 모습 드러낸 신비로운 섬
한국의 동해 경영 역사 밝히고 싶어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ocp.go.kr >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한반도를 감싸는 바닷길이 중요한 문화의 이동로로 널리 쓰였다. 동해안에는 선사시대부터 바닷길을 따라 남북이 서로 소통했던 역사유적이 해안을 따라 함경북도 해안까지 분포돼 있다. 더 북쪽으로 나아가 러시아 땅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시대마다 동해길은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문화 교류의 길이었다.한반도의 북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 해안과 인접한 곳에 페트로프 섬이 있다. 이 섬은 러시아 학자들이 1960년대 중반 발굴한 곳이다. 조사 결과 4~5세기 유적이 있었던 곳으로 전해지나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바닷속에 돌로 쌓은 유적이 있다는 막연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도 전해진다.
유적지를 탐사할 땐 막연한 이야기가 또 하나의 역사를 열어준다.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배편으로 8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그 섬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배편이 여의치 않아서 몇 번의 조사계획을 수정한 후 드디어 많은 비용을 들여 헬리콥터로 페트로프 섬을 찾았다. 그러나 섬은 안개에 덮여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회항을 하려다가 갑자기 안개가 걷혀서 순간적으로 전모를 볼 수 있었다.
페트로프 섬은 타원형으로 푸른 동해에 떠 있었다. 마치 월트디즈니 영화 ‘피터팬’에서 보여준 이상세계의 섬과도 같았고, 전남 완도의 장군섬과도 그 규모와 모습이 닮았다. 완도 장군섬은 육지와 섬의 연결로가 썰물 때 나타나지만 페트로프 섬은 돌이 깔린 길이 섬과 육지의 연결도로로 돼 있었다. 그 길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어 더욱 신비로웠다. 물밑의 도로는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철기시대일까? 바닷길 경영을 활발하게 했던 발해시대일까? 그 역사가 궁금했다. 그러나 이 섬은 우리 역사에서 동해 해상영역의 한 거점이었음은 분명하다.나는 아직도 동해길을 따라가서 그 섬의 역사성을 밝혀보는 본격적인 유적조사를 꿈꾸고 있다. 동해 바닷길을 남북으로 연결해 한국의 동해 경영의 역사를 정립하고 싶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1000년 넘은 유적 밑 그 바닷속에 깔려 있는 성게를 건져내 맛본 풍미가 더욱 그립다.
나선화 < 문화재청장 shrha@ocp.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