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융시장 '한국 모델 전도사' 이규엽 대표

중국 증감위에서 자본시장법 강연
상하이·선전 거래소에도 생중계
"中 자본시장은 폭풍전야 상태"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 금융가에 있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대회의실. 사오강 주석과 류신화 부주석 등 50여명의 국장급 이상 간부가 긴장된 표정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규엽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 대표(사진)의 한국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연은 원격화상시스템을 통해 증감회는 물론 상하이·선전증권거래소, 증권협회 직원에게 생중계됐다. 이 대표는 이날 “증권 발행을 기업에 맡기고 기업공시제도를 강화해 정부가 아닌 시장이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올해 증권법 개정과 선물거래법 제정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는 등 자본시장 개혁작업의 첫발을 뗀다. 2020년까지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키워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게 목표다.중국 금융시장 개혁의 모델은 한국 자본시장통합법이다. 사오 주석은 △증권 발행을 심사제에서 등록제로 변경 △증권 자산운용 선물의 겸업 허용 △금융상품 개념 확대 △투자자 보호 등 한국 자통법의 핵심 내용을 중국 증권법 등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그는 이 대표의 강연을 들은 뒤 “선진국 중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이 시장에 가장 많은 권한을 이행했다”며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의 자본시장은 폭풍 전야 상태”라며 “시장을 대폭 개방할 예정이어서 한국 금융회사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증권 및 자산관리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을 49%까지만 허용하고 업무 범위도 제한해왔다. 그러나 사오 주석은 이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이 대표는 한국 금융회사에 중국시장 공략 전략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중국에서 은행 점포 확장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중국 자본시장의 변화를 내다보고 지방은행, 신탁회사의 지분인수 등 중국 금융기관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진 금융기법이 통할 수 있는 금융리스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분야에도 진출할 것을 권했다. 이 대표는 금융업계에서 손꼽히는 중국전문가다. 2008년 중국으로 유학와 중국정법대에서 금융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에는 베이징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