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은 정태영-원기찬

금융가 In & Out

'카드연계 車할부' 놓고 격돌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카드복합상품’ 판매 문제로 제대로 붙었다.

두 회사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지난 17일 열린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 금융 적정성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불꽃튀는 설전을 벌였다.카드복합상품이란 신용카드회사가 자동차 판매회사로부터 받은 1.9% 결제 수수료 중 약 1.5%를 캐피털사에 돌려주고, 캐피털사는 이를 이용해 할부금리를 낮추는 구조의 상품이다. 현재 삼성카드 등 6개 카드사와 7개 캐피털사가 연계해 이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금리가 낮은 장점 덕분에 지난해 이 방식으로 차량을 구매한 고객은 15만명(약 4조6000억원)에 달했다.

양사는 원색적인 비난을 마다하지 않고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1위사인 현대캐피탈은 “이상한 상품(카드복합상품)을 만든 뒤 과도한 수수료를 현대자동차에서 도둑질해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며 격한 반응이다. 삼성카드 측도 “현대그룹 내부에서 돌아야 할 돈이 다른 중소 캐피털사로 흘러가는 게 배가 아픈 모양”이라며 거칠게 맞받아쳤다. 그동안 논쟁에서 한발 빠져 있던 삼성카드가 중소 캐피털사들의 대변자를 자임하며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뒤 은인자중하던 원기찬 사장이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태영 사장의 현대카드·캐피탈도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11년 86.6%였던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지난해 74.7%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업계 선두주자들의 충돌에 금융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은 당초 복합할부상품이 시장질서를 교란시킨다는 현대캐피탈 측의 의견을 수용하는 듯했지만 다른 캐피털사와 소비자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