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알티마, 아빠의 '질주본능' 자극…육중한 매력에 가속력까지

강현우 가족의 유쾌한 시승기
“차가 정말 무거운 느낌이네.”

아직 자동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아내는 닛산 알티마의 승차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던 길이었습니다. 동승자로서 좀 더 자세한 승차 소감을 묻자 아내는 “저번에 탔던 LF쏘나타가 푹신한 느낌이라면 알티마는 무거워서 잘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아내의 말처럼 알티마는 상당히 육중했습니다. 그렇지만 최대출력 180마력 엔진(2.5L)이 내는 힘 덕에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뻗는 가속력을 보여줍니다.

알티마가 잘 흔들리지 않는 데는 무단변속기(CVT) 덕도 있습니다. 일반 자동변속기에서 기어가 바뀔 때 엔진 회전수(RPM)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차가 쿨럭이는 것과 달리 CVT는 RPM이 일정한 상태에서 속도가 계속 올라갑니다.

엔진 출력이 좋은 데다 가속할 때 RPM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알티마는 동급 차종 중 빼어난 가속 성능을 보여줍니다.도요타 캠리를 두고 승차감 좋고 조용하고 잔고장이 적다는 점에서 ‘단점이 없는 차’라고들 하는 반면 알티마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차’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두 차종의 국내 판매가(2.5L 모델)는 3350만원으로 같습니다.

실제 알티마는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춘 차로 보입니다. 액셀을 꾹 밟아 보면 소음은 그리 크지 않은데 발끝에서 엔진의 강력한 진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숨겨왔던 아빠의 질주 본능이 ‘꿈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액셀을 살짝만 밟아도 RPM이 확 올라가는 스포츠 모드와 Ds모드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집에서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아빠들에겐 좋은 친구가 될 듯합니다.

하지만 패밀리 세단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실내가 좁습니다. 차 길이가 4860㎜로 제가 평소에 타는 K5(4845mm)와 비슷한데 뒷좌석에 앉아 보면 꽤나 좁다는 느낌이 듭니다.(딸과 함께 뒷좌석에 주로 타는 아내가 먼저 지적해 줬습니다)대부분의 수입차와 마찬가지로, 일렬 주차를 해야 하는 곳에서 기어 중립(N) 상태로 주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N 상태에서 시동을 끄면 요란한 알람 소리와 함께 ‘기어를 P(주차)에 놓고 시동을 끄세요’라는 경고가 계속 뜹니다. 드라이버로 기어잠금장치(시프트-락)를 조작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니, 아예 안 하고 말겠습니다.

소소한 수납 공간이 적다는 점도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알티마를 타 보니 ‘일본 차는 오로지 성능으로 승부한다’는 얘기가 완전히 농담같지는 않았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