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랑스 알스톰 인수, 미국 기업이 움직인다

프랑스 정부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알스톰 인수를 지지한 데 이어 알스톰 이사회도 인수 제안을 승인했다고 한다. GE가 독일 지멘스와 일본 미쓰비시 연합군을 제치고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이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GE의 알스톰 인수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경제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할 정도였다. TGV로 유명한 알스톰은 프랑스의 국가 브랜드 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알스톰 매각이 갖는 정치적, 경제적 의미가 작지 않다. 이런 기업조차 외국기업에 인수된다는 것은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물론 GE가 프랑스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외국기업에 특히 부정적이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대우그룹의 톰슨 인수를 무산시켰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조건부로 수용했다. 프랑스 정부가 알스톰 대주주 부이그 보유지분의 3분의 2에 이르는 20%를 인수하고, GE와 알스톰은 원자력 발전용 터빈 부문에서 50 대 50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인수 후 고용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연합군이 경쟁법 저촉 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프랑스 정부는 어쩌면 처음부터, GE가 알스톰과의 시너지나 국익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하고, 고도의 게임을 벌여왔을 수도 있다.어쨌든 외국의 국가 브랜드 기업 인수도 무조건 반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첨단산업이라고 해도 독자 생존이 어렵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핀란드 노키아가 미국 MS로 넘어간 것도 그렇다. 최근 미국 화이자가 영국 내 반대 여론 등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포기했지만 언제까지 그런 정서가 통하겠나. 그러고 보니 최근의 큰 딜은 대부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중국 열풍의 시대이기도 하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볼보를 넘겨받았고, 레노버는 미국 모토로라를 가져갔다. 우리 역시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인수를 경험한 바 있다. 이것이 세계경제 환경이다. 문제는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하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