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채권 전문가 "건설·캐피털·증권, 등급 인플레 심각"

(상) '신용등급 장사'가 부른 시장 왜곡

금융투자협회 설문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에 ‘거품’이 많은 업종으로 건설사를 꼽았다.

금융투자협회가 ‘신용평가기관 평가’를 위해 지난달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신용분석가), 채권 펀드매니저 등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적정 등급보다 고평가된 업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51.9%(53명·복수 응답 기준)는 건설업을 꼽았다. 주택 경기가 활황을 보인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응답자들은 건설업종에 이어 조선(32.3%), 해운·항공을 포함한 운송업종(31.3%)의 등급이 과도하게 높은 상태라고 답했다. 조선과 운송업종은 건설과 함께 업황이 매우 악화돼 있는 이른바 ‘3대 취약 업종’으로 꼽혀왔다.

또 응답자의 30.3%(31명)와 29.4%(30명)는 카드·캐피털과 증권업종이 적정 수준보다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카드·캐피털 업체에 대해 작년 3월 할부취급수수료 폐지, 같은 해 11월 대출금리 모범규준 시행, 올해 리스 약관 개선 작업 등 당국의 규제가 강해지면서 이들 업종의 장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급감, 수수료율 하락, 자산운용 수익 감소 등 구조적 불황에 빠진 상황이다.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카드·캐피털이나 증권업종은 시장의 등급 고평가 우려는 크지만 실제 등급 강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금융업종의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