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자진사퇴 안하면 朴 23일 최종 결론
입력
수정
지면A6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냐, 임명동의안 재가냐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입장을 23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22일 전했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21일 밤 귀국한 박 대통령은 이날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국회로 보낼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 재가 문제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문 후보자 거취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 철회·재가 모두 부담
文 후보자는 자택서 칩거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귀국한 뒤 문 후보자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여론 동향을 읽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다면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박 대통령은 임명동의안 재가 혹은 지명 철회 등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17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임명동의안을 재가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18일로 미뤘고,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다시 “귀국해서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문제는 임명동의안 재가와 지명 철회 모두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 총리 인선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퇴진 요구를 방어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될 수 있어 청와대가 조심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임명동의안을 재가한다면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끝까지 지지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이 또한 부담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당초 예정대로 17일에 재가했다면 정치적 의미가 크게 부여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여러 차례 미룬 상태에서 재가한다면 문 후보자 카드를 고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여론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많이 나오는 등 최근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여권 주요 인사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후보자가 설사 인사청문회까지 가더라도 여권 내 반란표 등을 감안하면 비준 가능성이 낮다며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도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모습이지만, 문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 후보자는 20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집무실에서 퇴근하면서 주말인 21일과 22일 집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예고했고 실제 경기 분당의 자택에 머물렀다.새누리당에서는 문 후보자가 23일께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인사청문회까지 버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문 후보자와 물밑 접촉을 시도해 자진사퇴를 권유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 후보자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며 “문 후보자 입장에서는 자진사퇴하면 자신의 역사인식이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어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