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신매매퇴치 영웅'에 선정된 첫 한국인 고명진 센터장 "성매매방지법 10년…피해 양상 재조명 필요"

10대 가출 청소년 24시간 상담
“한국의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하라고 준 상인 것 같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올해의 ‘인신매매퇴치 영웅’으로 선정한 고명진 다시함께상담센터장(44·사진)의 수상 소감이다. 이 상은 세계 188개국의 인신매매 현황과 퇴치 노력을 조사한 뒤 이에 기여한 인사 10명에게 주어진다. 고 센터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상자로 선정됐다. 10대 가출 청소년을 위한 24시간 상담센터를 설치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미 국무부는 “고 센터장은 1만여명을 상담하면서 청소년들을 성매매와 매춘의 위험에서 보호했다”고 평했다. 고 센터장은 “한국은 2001년 인신매매 평가에서 최하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됐지만 민관의 노력으로 2002년부터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성과들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지난 10여년간 성매매 업소를 찾아다니며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이들의 인권보호와 자활을 위해 법률 및 의료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성매매를 반인도적이고 불법적인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 싸워야 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고 센터장은 “청량리 영등포 등 현장 상담에서 성매매 업주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협박, 조롱을 이겨내야 할 때가 많았다”며 “성매매 척결에 앞장서야 할 경찰과 공무원 등 정부 관계자들까지 우리가 하는 일을 부정적으로 볼 때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가 아직도 척결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센터장은 이를 위해 성매매 피해 실태를 알리는 가이드맵을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는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라며 “10년 전과 지금의 다른 피해 양상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쇠창살로 감금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매매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빚으로 위협하는 금전적 통제가 더 무섭죠. 이런 진상을 알리는 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