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의 나직한 조언…"썸, 자신과 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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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열정락서' 부산편 강연…"아픈 나부터 위로하라"[ 김민성 기자 ] 밴드 '산울림' 리더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이 대학생에게 "길을 잃었다면 달라진 길을 즐기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라고 조언했다.
장진 감독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우리는 가고 있다"
김창완은 24일 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열정樂(락)서' 강연에서 '제목없음'이라는 주제에대 특유의 나직한 말투로 이 같이 말했다.열정락서는 삼성그룹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삼성 최고경영자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분야 인사들이 자신의 열정과 희망을 멘토 자격으로 공유하는 자리다.
이날 김창완은 강연 제목이 '제목 없음'인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제목을 붙이는 순간 그 안에 갇혀버릴 수 있다"며 "(예상을) 빗나가는게 인생"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인생을 너무 아름답고 곱게 채우려고 욕심부리지 말라"며 "부족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2008년 먼저 세상을 떠난 친동생 고 김창익(산울림 드러머)씨를 언급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말했다.김창완은 "2008년에 동생을 잃은 뒤 모월 모일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했다"며 "어려운 일을 겪으며 삶이라는 것은 매 순간 완성되어야 하고, 삶을 완성시키는 건 오랜 세월이 축적이 아니라 바로 찰라 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개인사를 털어놨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완은 "일상 속에서 자신을 빛나게 하고,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자신을 위로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늘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고(故)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의 가사를 언급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픈 나부터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맺음말로 최신 유행곡 '썸'을 인용했다. 썸(some)은 남녀간 '썸씽(somehting)이 있다'는 말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사귀는 건 아니지만 마치 사귈 듯 말 듯 줄타기를 하는 남녀 간의 묘한 관계를 뜻한다.
김창완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는 가사가 요즘 인기인데 자기 자신과는 썸 타지 말아야 한다"며 "자기 자신에게서 자신을 멀리 두지 말고, 나는 오로지 나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열정락서에는 장진 영화감독도 강연자로 섰다. 장 감독은 "항상 모든 작품이 유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영화를 찍고 있다"며 "퇴출당하기 전에 적당한 곳에 스스로 나가자고 생각했다"고 남모를 고민을 끄집어냈다.영화 '플라이트'를 만든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을 만난 최근 이야기로 이어갔다. 장 감독이 "요즘 뭘 향해 비행하고 있냐"는 물으니 저메키스 감독은 "56세가 될 때 만들 자신의 영화가 궁금하다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는 저메키스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다른 감독이 56세에 가장 좋은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었다.
장 감독은 "그 대답을 들으며 도망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며 "'그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우리는 계속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다"고 소회를 풀어냈다.
그는 "끝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강연을 마무리했다.
"나이가 많다고, 하고 있는 일이 안 풀린다고 해서, 남들보다 느릴 수 있지만, 쉬거나 돌아갈 수는 있지만 멈추거나 뒤로 가거나 다 왔다고 내리지 않는 것. 제 인생 철학입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