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캣본드 열풍…세계銀, 3000만弗 첫 발행
입력
수정
지면A9
고수익 상품…투자자 몰려지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발행하는 대재해 채권, 일명 ‘캣본드(catastrophe bond)’가 투자자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좇는 투자자들이 캣본드에 몰리자 세계은행까지 캣본드 발행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은행이 카리브해 인근 국가의 지진 및 허리케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캣본드를 사상 처음으로 발행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으로 자메이카, 도미니크공화국 등 16개 카리브해 국가에서 3년 안에 지진이나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이 돈으로 피해액을 보상해주게 된다.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재해가 일어나면 원리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FT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캣본드 발행량은 47억5000만달러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캣본드는 주로 보험회사들이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발행해왔다. 이 시장에 세계은행이 뛰어든 이유는 카리브해 국가들의 재정난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안 그래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은 2011년 발생한 홍수로 그해 국내총생산(GDP)이 13% 줄어들었다. 카리브해 국가의 경우 심각한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GDP의 100%가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세계은행은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 국가들의 국채가 높은 금리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자연재해 펀드, 헤지펀드, 일반 투자회사의 돈이 몰리면서 좋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세계은행의 재무를 담당하는 매들린 앤톤시크는 “그동안 자연재해는 재보험사 영역이었지만 이를 자본시장으로 갖고 옴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주식시장과 연동하지 않는 상품에 투자해 투자자산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