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제지표 혼조] 원高 부담…웃을 수 없는 경상흑자

5월 경상수지 93억달러
27개월 연속 흑자 기록
< 심각한 외환딜러 > 외환은행 딜러들이 27일 서울 을지로2가 본점 딜링룸에서 모니터를 통해 환율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원80전 내린 1013원40전에 마감하며 5년10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가 한국은행 전망치의 절반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흑자 기록이 외환시장에선 달갑지만은 않은 뉴스다. 세 자릿수에 가까워진 환율을 더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경상흑자 당분간 더
한은은 지난 5월 경상수지가 93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2012년 3월부터 27개월 연속 흑자다. 1986~1989년 38개월 연속 흑자 이후 두 번째 장기 흑자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4억5000만달러(4.6%) 줄었지만 전월보다는 21억8000만달러(30.6%) 급증했다. 1~5월 누적으로 계산하면 315억달러로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680억달러 흑자)의 46.3%에 달한다.정준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해 저조했던 선박,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개선됐다”며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수출(526억1000만달러)이 전년 동월보다 1.8% 감소했지만 영업일수가 1.5일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수입은 432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6% 감소했다.

한은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경상흑자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흑자 전망치를 510억달러에서 781억달러로 대폭 끌어올리는 등 전문가 시각도 비슷하다.

◆외환시장에 불똥5월 경상흑자 소식은 외환시장 개장 직전에 나왔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한 시간 만에 1015원대에 진입하더니 점심 무렵 1013원까지 내렸다. 이날 종가 1013원40전은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작년 말(1055원40전)과 비교하면 올 들어 42원(4.0%) 급락했다.

이건희 외환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경상흑자 소식이 시장참가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줬다”며 “1015원 선이 무너지자 역외에서 손절매가 나와 환율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상흑자로 수출업체가 더 많은 달러를 갖고 있게 되면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월말이라 수출업체의 달러매도가 몰리면서 환율하락 압박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까지 떨어지면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타격이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환율 방어에 나선 외환당국은 고심하고 있다. 시장 수급만 생각하면 환율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무리한 시장개입은 미국 일본 등의 눈총을 받기 쉽다.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최근 경상흑자는 내수가 위축돼 수입이 부진한 측면도 있다”며 “흑자가 당분간 계속되면서 환율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