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기업 유치하러 온 아일랜드 고용부 장관

한국을 찾은 리처드 브루턴 아일랜드 고용기업혁신부 장관은 한마디로 국가 세일즈맨 같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방문해 창조경제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지만 실은 더 많은 한국 기업을 아일랜드로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이런 고용담당 장관을 가질 수는 없나.

브루턴 장관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도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한국에 이런저런 훈수를 던졌다. 그러나 내심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 “세계 최저수준인 법인세율 12.5%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한국 기업과 아일랜드는 협력할 부분이 많다” “아일랜드가 한국의 유럽시장 진출의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등 국내 기업에 아일랜드의 이점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사실 국내 기업들로선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규제개혁이 말로만 그치는 것도 모자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한다느니 하며 세제마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아일랜드는 실업문제를 글로벌 관점에서 해결한 나라로 유명하다. 바로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서다. 유럽연합(EU)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는 450만명의 이 작은 나라가 무려 1033개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유럽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제로 구글, 애플,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세계 10위권 제약회사 중 9개가 아일랜드에 유럽본사를 세웠다.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투자 누적액이 142%를 넘을 정도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빠진 유럽국가들 중 가장 빨리 구제금융을 졸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일랜드는 기업천국을 만들어 성장도 하고 일자리도 만든다는 전략이다. 고용기업혁신부 장관이 어디를 가든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이에 비하면 한국에선 좀체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게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장관의 무게감은 일에 매진하는 데서 나온다. 지금처럼 일자리 창출이 절박한 상황에서 새로 부임할 고용부 장관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