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판도 바꾸는 '차이나 파워'

10대 은행에 공상銀 등 4곳 포진…전세계 이익의 32% 차지

유럽은 3%로 퇴조…글로벌 금융위기 前 25%서 급락
‘중국의 대약진과 유럽의 몰락, 쫓기는 미국.’

세계 은행업계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들이 세계 금융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위협할 수준으로 급성장한 반면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는 유럽 은행들은 퇴조세가 확연하다.
1일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발표한 ‘2014년 세계 1000대 은행 보고서’를 보면 1위 공상은행을 포함해 중국 은행 4곳이 상위 10위(기본자본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건설은행은 전년보다 3계단 상승한 2위에 오르며 미국 JP모간체이스를 3위로 밀어냈다. 뱅크오브차이나는 7위, 농업은행도 9위에 올랐다. 기본자본은 은행의 자기자본 중 자본금과 내부유보금 등 실질 순자산만 따로 분류한 것으로, 은행 경쟁력을 측정하는 핵심지표다. 중국 은행들의 약진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자본을 늘리면서 꾸준히 덩치를 키워온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은 10위권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4위), 씨티그룹(6위), 웰스파고(8위) 등 4개 은행이 이름을 올렸지만 순위는 지난해보다 떨어지거나 유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위에 올랐던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순위가 3단계 미끄러지면서 10위에 턱걸이했다.수익 면에서도 중국은 다른 국가를 압도했다. 1000대 은행에 포함된 중국계 은행의 지난해 세전 이익은 2925억달러(약 295조원)로 세계 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익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31.8%를 기록했다. 미국은 1932억달러로 19.9%에 머물렀으며 3위 일본은 641억달러로 6.9%에 그쳤다.

반면 유럽 은행들은 크기와 수익성에서 순위가 크게 밀렸다. 세계 10위 안에 든 은행은 영국 HSBC(5위) 한 곳뿐이었다. 특히 영국은 바클레이즈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10위권 밖으로, 로이드은행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가 아예 20위권 밖으로 밀리면서 ‘금융 본가(本家)’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수익성 역시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유럽 은행들의 이익이 세계 은행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이 비율이 25%에 달했다. 특히 이탈리아 은행들은 작년 35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은행들도 각각 4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자본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아프리카 은행들로 연 24%를 기록, 나머지 지역의 평균 두 배에 달했다. 이어 남미가 23%, 중동 15% 순이었다. 유럽은 4%에 불과했다.

브라이언 캐플린 더 뱅커 편집장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은행 수익이 증가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라며 “중국 은행의 성장과 별개로 미국 은행들도 경제위기 여파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세계 100대 은행에 KB금융(68위), 신한금융(69위), 우리금융(75위), 산은금융(78위), 하나금융(84위) 등 5개 금융지주사가 이름을 올렸다. 신한이 4계단 상승했고, KB는 제자리를 유지했다. 나머지 3곳은 순위가 떨어져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이심기/김순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