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R&D 세액 감면폭 내년부터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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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硏, 올 일몰예정 '비과세·감면' 공청회
중견기업은 혜택 유지
농협 등 5000개 조합 법인세 큰 폭 오를듯
신용카드 매출 공제 축소…음식·숙박업 세부담 늘듯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2014년 일몰예정 비과세·감면 정비방향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세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 용역을 발주한 정부는 조세연구원의 제언을 바탕으로 다음달 ‘2015년 세법 개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조세연구원은 우선 R&D 비용 세액공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R&D 투자를 통한 세금 감면 규모만 연간 2조9155억원에 달하는데 대기업의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R&D 비용 세액공제는 대기업의 경우 연구비와 인력개발비의 3~4%를 공제해주는 당기분 방식과 전년보다 늘어난 연구·인력개발비의 4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증가분 방식이 있다. 두 가지 방식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해 세금 지원을 받는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R&D 비용 증가율이 전년 대비 7~10% 이상만 되도 증가분 방식을 택하는 등 제도의 효율성이 낮다는 판단”이라며 “현 40%인 증가분 방식의 공제율을 내려 R&D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공제율 하향으로 피해를 보는 중견기업이 없도록 ‘중견기업 구간’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또 1조8460억원(지난해 기준)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도 대기업에 한해 축소될 전망이다. 조세연구원은 고용이 늘어난 만큼 세금 감면을 받는 추가공제율은 높이고 설비투자에 대한 기본공제율은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기본공제율은 수도권 내 대기업의 경우 설비투자액의 1%(수도권 밖 2%)다.
조세연구원은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부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지만 R&D 비용 세액공제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혜택은 지난해에도 축소된 바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계 반발이 예상된다.
음식·숙박업과 같은 자영업자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올해 발표될 세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다. 신용카드 매출의 일부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신용카드 매출 우대공제율’이 기존 2%(기타 사업자 1%)에서 1%포인트 줄어들거나 폐지가 검토된다.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수혜자는 130만명. 조세 감면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금융상품 가입자를 위한 세금 감면 혜택도 크게 줄어든다. 특히 고소득자의 절세 수단인 세금우대종합저축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조세연구원의 주장. 세금우대종합저축제도는 20세 이상은 저축액 1000만원 이하,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은 저축액의 3000만원까지 이자·배당 소득을 9%로 분리 과세하는 제도다. 일반인은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조세연구원은 세금우대 종합저축에 재산·소득기준을 도입해 고액자산층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조합법인 등에 대한 법인세 과세특례는 일반 법인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비영리법인이나 중소기업 등 소규모 사업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법인세 인상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