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제2의 중동 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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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서 농기계·식품까지…한국기업 대형 수주 잇따라‘제2의 중동’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앙아시아에서 한국 기업들이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기업의 자원과 에너지 개발 중심이던 투자가 최근에는 중소·중견기업의 식품 농기계 사업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삼성물산, 188억弗 발전 수주…LG CNS, 전자정부시스템 공급
2014년 들어 318억弗 수주…6월 朴대통령 순방이 큰 힘
한국무역협회는 2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에서 한국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수주한 금액이 318억달러에 달해 기존 수주액 24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대형 수주 잇따라
한국 기업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지난달에만 3건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따냈다. 삼성물산은 직접 투자한 발하시 화력발전소의 전기를 20년간 ‘전량 판매’하는 계약을 카자흐스탄 정부와 체결했다. 전기 생산이 본격화하면 20여년간 188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상사 컨소시엄도 투르크메니스탄의 세이디 지역에 2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를 새로 짓기로 했다. LG CNS는 우즈베키스탄에 3억달러 상당의 전자정부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최근 들어 중소·중견기업의 다양한 업종 진출도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1위 제과업체 라하트를 인수하면서 현지 공략에 나섰다. 값싼 현지 밀로 과자를 생산해 유라시아 지역을 직접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기계 업체인 LS엠트론은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농업용 트랙터를 5년간 독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올초 맺었다.○한류와 지원이 큰 역할중앙아시아 수출도 급증세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어난 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도 같은 기간 각각 84%, 22% 수출이 늘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계, 합성수지 등이 주 수출 품목이다.
올 들어 한국 기업이 중앙아시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한류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계획경제 체제여서 정상외교와 경제사절단 방문 등의 정부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발하시 발전소의 전기 판매 계약은 시공사의 사업성을 확실히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순방이 결정적으로 카자흐스탄 정부를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에 건자재 등을 수출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다소 번거로운 통관 절차 때문에 납기 지연이 많았는데 정상회담 이후 절차가 간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의 관계자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편직물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최근 현지인의 호감도가 높아졌다”며 “인근 지역으로의 수출 전망도 밝아졌다”고 설명했다.무역협회는 중앙아시아 국가와 경제협력위원회, 비즈니스 포럼 등을 만들어 교역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무역정보 제공과 진출 기업 애로 해소 등으로 한국 기업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지원하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천연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중심에서 벗어나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960~19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가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또 “엄청난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들이어서 한국 기업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