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손발 닳도록 가정에 헌신…베이비부머 가장을 위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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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투명인간' 출간한 성석제 씨

“가정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많은 가장들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됩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자에겐 남은 게 없겠죠. 그러다 투신까지 하게 되는 사람들의 속내가 궁금했어요.”작품의 주인공은 두메산골 가난한 집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김만수다.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그는 전문학교를 다니면서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의경으로 입대해 교통경찰을 보조하며 뇌물도 성실히 챙겨 집에 보탠다. 혼신을 다해 일하던 공장이 경영난에 빠지고 얼떨결에 마지막까지 남아 공장을 지키던 만수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게 된다. 아내는 신장병을 앓고, 친자식처럼 키운 조카는 자폐증에 왕따까지 당한다.

사실 이 소설은 특별한 인생을 산 어떤 한 사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평범한 베이비붐 세대 가장을 위한 헌사(獻詞) 혹은 조사(弔詞)다. 투명인간 만수는 결국 드러나지 않았던 삶을 마친다. 최근 동료 병사들에게 총구를 겨눈 임모 병장도 자신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 모두 얼마든지 김만수나 임 병장이 될 수 있기에 슬픈 소설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