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으뜸중기제품] 제주홍암가 홍암유기맥아소, 보리김치로 곡물유산균 발효식품 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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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발아보리14세 때부터 소년 가장으로 혹독한 가난과 싸워온 이규길 제주홍암가 회장(74)은 30대 초반에 폐결핵으로 고생했다. 치료하면 낫는 병이지만 비닐하우스 농사에 정신이 팔려 때를 놓쳤다. 중도에 치료를 그만두기를 여러 번. 의사는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는 두 달 동안 피를 토했다.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발효과정 거쳐 분말로
온라인서 작년 20억 매출
중국·일본·유럽에 특허
보리 화장품·사료도 개발
벼랑 끝 풀이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주위에서 권유한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현미밥과 녹즙만 먹는 식단을 짰다. 그로부터 한 달. 각혈이 줄고 혈색이 몰라보게 좋아졌다.◆투병 위해 담근 현미김치 인기
이 회장은 쌀겨에 영양분이 많고, 유산균으로 발효하면 먹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때부터 쌀겨를 유산균에 3일 정도 발효시킨 ‘현미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했다.
현미김치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60세 중반 제주로 이사해 소일하던 그는 2008년 컴퓨터를 배워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한라산 하르방의 건강이야기’란 이름으로 자신의 투병기와 쌀겨발효 김치의 효능을 담담하게 적어 나갔다.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는 몇몇 회원들에게 택배비를 받고 김치를 보내줬다. 그러다 ‘대량으로 판매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그는 혼자 주문을 다 처리할 수 없게 되자 미국 유학 중인 둘째 아들(이종건 현 제주홍암가 대표)을 불렀다. 제주홍암가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제품을 업그레이드(현미김치를 분말건조화한 ‘홍암현미참살이’ 출시)한 후속 제품을 내놨다.
이 후속 제품이 ‘6월 으뜸중기제품’으로 선정된 ‘보리김치’(상품명은 홍암유기맥아소)다. 보리김치는 발아보리가 현미보다 기능성 물질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싹 틔운 통보리를 ‘춘화처리’(발아상태에서 0도로 30일간 저장)한 뒤 당화(탄수화물을 당으로 바꾸는 작업) 및 유산균발효 과정을 거쳐 건조·분말화했다.
◆최고농업기술명인 선정춘화처리를 하면 가을에 파종한 보리가 땅 밑에서 겨울을 날 때와 같은 효과를 낸다. 이 회장은 “춘화처리 과정에서 기능성 아미노산이 무려 50배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 끼 1g씩 석 달만 꾸준히 먹으면 각종 잔병이 사라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주홍암가는 현재 춘화처리 기술에 관해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에 특허등록을 했다. 이 회장은 보리 춘화처리 기술로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2013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제주홍암가는 지난해 다음카페(cafe.daum.net/hunjafamily)와 인터넷 홈페이지(www.jejuhongamga.com)를 통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품은 유기농(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과 친환경(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 제품이 있다. 친환경 제품인 ‘홍암맥아소’는 400g당 6만1000원, 유기농제품인 ‘홍암유기맥아소’는 14만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 꽁보리제품인 ‘홍암유기꽁보리’는 1㎏당 1만원이다. 현미김치(홍암현미참살이)는 용기형과 개별포장형이 각각 4만원, 5만원(모두 400g기준)이다.
제주홍암가는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보리로 만든 ‘먹는 화장품’과 ‘애완견 사료’를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홈페이지 외에 서울 대형 백화점과 해외 시장 등으로 판로를 넓히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제주=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이달의 으뜸중기제품’은 이메일(art@hankyung.com)로 응모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event.hankyung.com)를 참조하세요.
6월의 으뜸중기제품
△제주홍암가의 곡물유산균발효식품(064-764-1999) △바이로봇의 초소형비행로봇(031-227-9675) △티엔엔솔루션의 블루투스 LED스피커(031-715-4611) △국제통신공업의 무정전 전원공급장치(031-59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