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朴대통령-시진핑 만난 날 "대북제재 일부 해제"…北에 '손짓' 아베…韓中 견제·장기집권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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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공조 균열 우려일본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방문을 시작한 3일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 일부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와 집단적 자위권 추진으로 동북아에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해 온 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해제 조치에 이어 북·일 국교 정상화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나홀로’ 대북 노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일부 대북 제재를 푼 것은 북한과 일본이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본인 납치문제 재조사와 제재 해제에 전격 합의한 지 한 달여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납치문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 “납치 등 모든 일본인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에 북한국방위원회, 국가안전보위부라는 국가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기관이 전면에 나섰고, 이 위원회가 전에 없이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제재 해제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외무성 국장급 협의에서 북한에 생존한 두 자릿수의 일본인 명단을 제시하는 적극성까지 보였다.
스톡홀름 합의 내용을 볼 때 이번 제재 해제는 북한 내 일본인 유골·묘지 처리와 성묘 방문, 일본의 대북 지원, 북·일 국교 정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북한이 소원해진 중국을 대신해 일본과 관계를 맺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아베 총리가 북한을 ‘깜짝’ 방문해 지지도를 끌어올려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방문으로 장기 집권의 기회를 잡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데자뷔’라는 얘기도 있다.
지난 5월 스톡홀름 합의 발표 몇 시간 전에야 통보를 받은 한국과 미국은 이번에 또다시 일본의 신속한 제재 해제 결정으로 한·미·일 대북 공조의 균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본 정부는 인적 왕래 제한과 송금·휴대반출 금액 제한, 인도적 목적의 선박 입항 등만 해제 대상이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와는 별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의 핵심 중 하나인 ‘자금줄’ 조이기가 대북 송금 규제 완화로 느슨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