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한반도 核 "심각한 위협" → "확고히 반대"…'北核' 명시는 또 실패

韓·中 정상 공동성명, 작년 성명과 비교해 보니
"6자 재개 조건 마련"…北 진정성 담보 안돼
日 과거사 왜곡 등 논의했지만 성명에선 빠져
< “잘해봅시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청와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합의했다. 지난해 7월 정상회담 당시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합의문과 비교할 때 표현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에도 북한 4차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문구는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개발을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한·중 정상회담 사상 처음으로 문서화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북한의 핵개발이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올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지도자들은 이미 북한의 핵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핵화 대상이 북한임을 분명히 했다”며 “국제사회에서도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 때문에 ‘북한 핵실험 반대’라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중국이 이를 반대했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늘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지만,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안정이 6자회담 참가국들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공동성명 내용을 낭독하는 데 그쳤다.

한·중 정상은 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고, 다양한 방식의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지지했다”는 내용을 성명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정상회담 때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요구에 반대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포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한국·미국의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본 관련 내용은 성명에서 제외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 및 고노담화 검증 시도 등과 관련한 내용은 공동성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최근 역사 및 그로 인한 문제로 (동북아) 역내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성명에 담겼지만, 이번에는 일본과 관련된 내용이 빠졌다.

다만 양국 정상은 비공개 회담에서 일본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제3국을 거론하는 것은 국제적 결례가 될 수 있어서 일본이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이라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양국 정상은 이 밖에 상대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의 신변 이상에 대해 조속히 통보하는 내용의 영사협정을 체결하고, 사증면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관련, 중국은 그 필요성을 제안했고 한국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

도병욱/전예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