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배달 않는 식당서도 스마트폰으로 시켜드세요"

신개념 배달 앱 '부탁해' 서비스하는 메쉬코리아

퀵서비스맨-식당 연결해줘…2014년 11월부터 서울 전역 서비스
美컬럼비아대 MBA 출신이 창업…국내 첫 모바일 메신저 만들기도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신개념 배달앱 ‘부탁해’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기존에 배달되지 않던 음식도 배달해준다’ ‘음식점의 배달 인건비 부담을 덜어준다’ ‘무엇보다 배달원들이 사랑하는 서비스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부탁해’에 따라붙는 꼬리말들이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스타트업 메쉬코리아가 같은해 9월 내놓은 부탁해는 신개념 배달앱이다.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소비자 식당주인 배달원 등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배달원이 할 일, 앱이 최적화
부탁해가 다른 배달앱과 다른 점은 배달되지 않던 음식을 배달해준다는 것이다. 기존 배달앱은 자체 배달원을 두고 있는 음식점에 배달 주문을 넣는 방식이었다. 반면 부탁해는 프리랜서 배달원에게 심부름을 시켜 주문한 음식을 받아오게 하는 서비스다. 음식점과 배달원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기존에 배달되지 않던 음식도 배달시킬 수 있다. 대신 소비자가 배달원에게 배달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기존에도 푸드플라이 등 비슷한 심부름 서비스가 있었지만 배달료가 8000원에 달했다. 부탁해는 이를 1500~3000원으로 낮췄다. 음식점주는 음식값의 15~20%를 수수료로 내는 대신 비싼 인건비를 주고 배달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현재 강남 영등포 등 서울 6개 구와 분당에서 서비스 중이며 오는 11월까지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부탁해의 핵심은 배달원이 해야 할 일을 최적화해서 알려주는 ‘배달원용 앱’에 있다. 기본적으로 퀵서비스 등 비정규직 배달원을 활용하는데 이들의 문제는 배달 동선이 비효율적이라는 것. 기존 콜센터는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배당하면서도 60%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갔다. 반면 부탁해는 스마트폰으로 배달원·소비자·음식점의 위치, 음식을 만드는 시간 등을 계산해 최적화된 배달 동선을 안내한다. 배달원은 그저 앱에서 안내하는 경로를 따라가다 붉은 점으로 표시된 지점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퀵서비스와 달리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어 시간당 4~5건의 배달이 가능하다. 배달원은 건당 3500~5000원을 받는다. 기존 퀵서비스는 평균 90분에 한 건 정도다. 동선을 최적화함으로써 배달원에게 시간·노력 대비 최대의 수익을 올려준다. 현재 200여명의 배달원이 부탁해를 위해 뛰고 있다.

○과외 제자들 불러모아 창업

부탁해를 만든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학부와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수재다. 한국 대학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학부시절 지도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다. MBA를 끝내고 뉴욕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돈 잘 버는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한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그러다 아버지가 식도암에 걸려 위독하자 귀국했다. 마지막 3개월간 아버지와 진솔한 얘기를 나누며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길은 가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입사를 마다하고 메쉬코리아를 설립했다. 미국의 렌터카 공유경제 서비스 ‘집카’를 모델로 극한 노동환경에 처한 전국 78만 비정규직 배달원을 돕기로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배달원들이 부탁해의 홍보 전단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유 대표는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유학 전문 과외 교사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로 SAT GRE 등 외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과목을 가르쳤다. 이때 제자들은 메쉬코리아의 주요 구성원이 됐다. 일리노이주립대 컴퓨터공학 박사인 김형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대표적이다.

유 대표의 창의성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병역특례로 근무하던 인포뱅크에서 기획한 한국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 ‘엠앤톡’이 그것이다. 카카오톡보다 6개월이나 먼저 나왔다. 비록 카카오톡에 밀려 사라졌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부탁해를 있게 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